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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구공은 왜 北에 갔을까…대북교역 2년새 5분의1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북관계 경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남북교역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유경준 국민의힘이 관세청·통일부로부터 받은 남북교역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으로 반출한 물품의 금액은 총 389만6000 달러로 전년(666만8000 달러) 대비 41.6%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교역이 가장 활발했던 2018년 반출 금액(2073만2000 달러)과 비교하면 81.2%나 급감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출 건수도 2018년 487건, 2019년 385건, 2020년 43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반출 규모는 8월까지 총 6만7000 달러(1건)로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북한으로 반출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으로 반출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올해 북한으로 반출한 물품들은 정부·민간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로 보인다. 수술용 장갑·소독제·붕대·외과기기·결핵약·비타민 같은 의료용품과, 마스크·온도계·약물키트·시약 같은 방역물품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육류·생선·야채·라면·빵·초코파이·커피 등 먹거리와 양말·의류·화장지·샴푸·세제·고무장갑 같은 생필품을 비롯해, 금속공구·기계류·전기제품·차량부속 등 다양하다. 게임기·당구공·완구·퍼즐·운동용품 같은 놀이기구 등이 들어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반출품목, 초코파이·라면·당구공·게임기 등 다양

그러나 통일부는 반출을 승인한 물품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지급 주체, 북한 내 수령인 등에 관해서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유 의원에게 보낸 답변 자료에서 “반출 물품은 ▶온실 등 농업 물자 지원 ▶보건의료 물품 지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진단·통제 관련 물품 지원 ▶북한 취약계층 구강보건 사업 관련 ▶북한 내 식수위생 사업 등 인도협력 분야 ▶취약계층 영양지원 ▶의약품 지원 등”이라고 했다.

국내로 들어오는 반입 물품의 금액도 2018년 총 1054만 달러(212건), 2019년 20만6000 달러(49건), 2020년 7000 달러(2건)로 급감했다. 올해 8월까지 반입 물품도 1000 달러 미만으로 2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반입 물품은 금강산 생수 1만5000㎏(6000 달러), 소주 248㎏(1000 달러)다. 통일부는 “사회·문화·종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여성용 의류 2㎏과 케이스·가방류 1㎏이 반입됐다.

통일부는 세부적인 반출·반입 품목을 묻는 유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하여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여 제재 면제를 받아왔다”며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업무수행지침 등에 따라 관련 논의 내용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제재 면제 관련 상세 사항은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반입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에서 반입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다음 해인 2017년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면서 교역 규모(반출+반입)가 91만1000 달러로 줄었다.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로 남북 교역금액이 3127만2000 달러까지 늘었지만,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때 최고 27억1130만 달러(2015년)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하고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요원하다. 특히 지난해 6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9월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등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며 북한이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교역은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

유경준 의원은 “북한이 여러 분야에서 몽니를 부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흔들 수 있다”며 “최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 및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 조치가 대북 지원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출 품목에는 유엔이 정한 반입 금지 품목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반출 허가사유 등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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