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맨발 여성 봤다"...8년전 사라진 운전자 미스터리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입력 2021.10.01 21:52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8년째 오리무중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수배 중입니다. 사라진 운전자의 행방이나 생존반응 등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1일 경남 진주경찰서 관계자가 2013년 5월 발생한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남해고속도로 순천방면 문산나들목 600여m 전방지점에서 사라진 여성 운전자는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차 사고가 난 후 자취를 감춘 모닝 차량 운전자 A씨(당시 56세) 사건을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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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경찰 안팎에서는 A씨가 2차 사고로 사망했거나, 살해 뒤 시신유기 등 타살 가능성 등도 제기됐으나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8년 동안 A씨가 살아 있다는 ‘생존 반응’도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사고 후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로 판단해 전국에 수배 중이다. 8년 전 남해고속도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2013년 5월 27일 오후 8시쯤 발생했다. 당시 남해고속도로 순천방향을 달리고 있던 BMW 차량 한 대가 문산휴게소 안내판 부근의 사고현장에서 미끄러지며 오른쪽 가들레일과 충돌한 뒤 멈춰섰다.

이어 3분쯤 뒤 모닝 차 한 대가 비슷한 위치에서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와 부딪힌 뒤 멈췄다. 사고 5분쯤 뒤에는 견인차 4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순찰대 등도 BMW 사고 후 20여분 뒤인 8시20분쯤 왔다. 당초 이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장에 있어야 할 모닝 차주 A씨가 홀연히 사라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사건 초기 경찰은 A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살인이나 시신유기 쪽으로 수사를 벌였다. 그래서 첫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 견인차 기사였다. 당시 이 기사가 역주행으로 사고 현장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A씨와 충돌 후 시신을 유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이 견인차 기사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오면서 경찰의 의심은 깊어졌다. 특히 이 기사는 사건 몇 시간 뒤 혼자 견인차를 몰고 사고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다른 지역까지 다녀온 일도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자택 화장실은 물론 견인 차량의 이동 동선에 대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범행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견인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서도 별다른 결과가 없었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재연 그래픽. 위성욱 기자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재연 그래픽. 위성욱 기자

사라진 모닝 차주, 뺑소니 혐의 '수배중' 

이런 과정에서 모닝 차량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모닝차량의 조수석 유리창이 사고 당시 무언가에 부딪혀 깨져 있었는데 이 유리 사이에 BMW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 부인의 머리카락이 다수 나와서다.

경찰은 BMW가 사고 직후 운전자 부인이 차에서 내려 도로에 서 있다가 모닝 차량과 부딪혔을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BMW 운전자는 “자신의 부인이 모닝과 부딪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물증은 있는데 사실상 유일한 목격자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다. 당시 BMW 운전자는 “사고 후 아내가 가드레일 밖에서 차량 상태를 보고 있는데 모닝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와 부딪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BMW 운전자가 부인이 모닝과 부딪힌 후 A씨와 다툼을 벌였을 가능성도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사고 현장 전후에 있는 폐쇄회로TV(CCTV)와 당시 현장을 지나쳤던 수백명의 운전자 등을 상대로 한 수사 결과 BMW 운전자나 견인차 기사가 범행을 저지른 것을 목격하거나 시신유기를 등을 위해 다른 곳으로 갔다 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수사는 A씨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 쪽으로 흘러갔다. 사고 전후 현장 인근에서 A씨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처음에는 현장을 지나친 일부 운전자 중에 “모닝 차량 인근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차량이 접근하면 손을 흔들거나 몸을 굴려 움직이기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이 여자가 A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사고 현장과 가까운 문산휴게소 인근에서 맨발에 비를 맞은 여자가 휴대폰과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라거나 “사고현장 근처에서 맨발의 여자가 갓길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등의 주장도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목격한 여자가 A씨와 닮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A씨가 수억 원대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휴대폰 등에서 채무 관련 문자들이 다수 발견된 것도 A씨 잠적설에 근거가 됐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이 발생한 문산휴게소 근처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이 발생한 문산휴게소 근처 모습. JTBC

하지만 A씨 가족들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종의 경우 5년 뒤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A씨가 뺑소니 운전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배된 상태여서 가족들은 아직 보험금을 수령을 못 한 상태다. 특히 살아 있다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생존 반응이 그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은 사실상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A씨 가족 측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라진 지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사를 모르니) 세월이 지나서 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각종 의혹이 제기됐는데 결국은)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을 다 잃은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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