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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임상실패한 코로나 치료제…종근당 “고” 부광은 “스톱”

중앙일보

입력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지코비딕주)의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사진은 GC녹십자 혈장치료제 임상시약. [연합뉴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지코비딕주)의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사진은 GC녹십자 혈장치료제 임상시약.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가 같은 날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한 제약사는 임상2상에서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발을 포기했지만, 다른 제약사는 글로벌 임상3상에 착수했다.

코로나19 치료제, 3상 도전 vs 포기 갈림길 

종근당은 우크라이나 보건부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임상3상 계획을 승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종근당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브라질·인도·태국·러시아 등 8개국서 글로벌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부터 칠곡 경북대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임상3상을 시작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 600명을 나파벨탄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다.

나파벨탄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러시아에서 1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2상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주평가 지표(임상적 개선 시간)에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평가 지표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엄밀히 임상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나파벨탄(사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사진 종근당]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나파벨탄(사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사진 종근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건 코로나19로 중증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조기 경고점수 7점 이상)의 치료기간·치료율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전체 피험자(104명)를 놓고 보면 나파벨탄을 주사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증상을 개선하는데 걸린 시간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특정 환자(36명)가 임상적으로 호전된 시간을 봤더니 시험군(18명·11일)과 대조군(18명·14일)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나파벨탄을 주사한 경우 사흘 정도 빨리 코로나19 증상이 나아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종근당은 임상 3상에서는 중증환자만 임상 대상으로 지정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풍제약 피라맥스. 말라리아 치료제인 이 제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임상시험이 2단계 진행 중이다. [뉴스1]

신풍제약 피라맥스. 말라리아 치료제인 이 제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임상시험이 2단계 진행 중이다. [뉴스1]

종근당·대웅·신풍 “한 번 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는 다들 종근당과 비슷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임상2상에서 코로나19 경증환자(342명)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더니, 카모스타트를 투여한 환자(7일)나 위약을 투여한 환자(8일)나 증상이 개선되는 기간이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10월 중 추가 임상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비록 유효성 입증에는 실패했지만,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50대 이상 환자(98명)만 놓고 보면, 카모스타트를 투여한 환자(48명·4일)가 그렇지 않은 환자(50명·9일)보다 호흡기 증상 개선에 걸리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역시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신풍제약도 비슷하다. 경증 코로나19 환자 중에서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인산염·알테수네이트, 필리핀면)를 투여한 환자(52명)와 이 제품을 투여하지 않은 환자(58명)가 28일 후 어떻게 됐는지 봤더니,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역시 일부 환자(감염성 바이러스 보유량이 상위 50%인 환자 등)만 놓고 보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임상2상이 실패한 제품의 임상3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물 재창출 방식 코로나19 치료제는 임상 성공이 쉽지 않다”며 “통상 3000여 개의 후보 물질 중 1개 정도가 임상3상에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부광약품은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사진 약학정보원]

부광약품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부광약품은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사진 약학정보원]

때문에 아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는 제약사도 나오고 있다. 부광약품은 이날 “더 이상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은 없다”며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부광약품·녹십자는 개발 중단  

이 회사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2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한 임상2상에서 주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부광약품 측은 “임상2상에서 일부 환자(중등증 고혈압 환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소 경향은 확인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중단한다”고 밝혔다.

GC녹십자도 지난 6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지코비딕주)의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한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자문단 회의에서 식약처가 지코비딕주의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약사별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이나 임상2상에 실패한 요인에 대한 원인 분석,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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