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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대화 나오면 北 관심사 논의” 제재 문제도 테이블에?

중앙일보

입력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양국 대표. 사진 외교부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양국 대표. 사진 외교부

한ㆍ미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경우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 문제도 의제로 삼을 수 있다고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0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페어몬트호텔에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협의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 원하는 北에 손짓

노 본부장은 “한ㆍ미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도 소개했다. ‘북측 관심사’와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 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제재 문제도 예외로 두지 않고 협의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북한은 시종일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화상 대담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보다 밝은 경제적 미래를 원한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면 우리와 마주 앉아 그에 대해 대화하자”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탄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적극적 대북 관여 메시지는 일관되게 발신하는 분위기다.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 외교부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 외교부

다만 이는 ‘대화에 나오면 제재 완화도 논의할 수 있다’이지, ‘대화에 나오는 조건으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곧 대화용 인센티브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北 “적대 철폐”엔 “적의 없다” 선긋기

북한이 관계 개선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폐를 요구한 가운데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우호적 메시지이지만, 애초에 적대시 정책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철폐할 것도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폐의 예로 든 연합훈련 및 첨단 무기 도입 영구 중단 등은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측면도 있다.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 외교부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발언하는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 외교부

한ㆍ미는 대북 인도적 협력에도 뜻을 함께했지만, 미국은 여기에도 ‘기준’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인도적 우려 해소를 위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런 지원은 (북한 내)접근과 모니터링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가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퍼주기’를 지양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지도층이 인도적 지원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종전선언 ‘합의’ 아닌 ‘협의’하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 노 본부장은 “우리 측 구상을 미 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미 측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한국이 종전선언 구상을 설명했고,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협의를 계속한다’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논의의 문은 열어놓되, 현재로써는 한국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미국의 견해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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