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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매력적인 女통역사 데려와…" 트럼프 전 대변인 회고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카메라 앞에서만 당신에게 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겁니다. 기자들 나가면 그때 얘기 나누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90분 회담 중에 슬쩍 건넸다는 ‘밀담’이다. 때는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미국 내에서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받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을 의식한 듯 푸틴 대통령 쪽으로 몸을 기울인 뒤 "카메라 앞에서만 강경하게 대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다음달 5일 출간되는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의 회고록 『이제 질문 받겠습니다』에 실린 일화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리셤 전 대변인의 신간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이 책의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짓말'이라고 전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직함'은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 (냉기가) 퍼지듯 백악관에 만연했다"고 적었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셤 전 대변인은 백악관의 대(對)러시아 정책 최고 보좌관인 피오나 힐의 말을 빌려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에 범상치 않게(unusually) 매력적인 여성 통역사를 데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의 존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회담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손절'(throw Trump off)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그리셤 전 대변인은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내내 과도하게 많은 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었는데, 이는 세균혐오자(germaphobe)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도발하기 위한 의도라고 힐 전 보좌관은 추측했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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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셤 전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확산됐던 2019년 월터 리드 군병원 방문 당시 그가 받은 건강검진의 내용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책에서 '대장 내시경'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장 내시경을 했음을 알 수 있도록 강하게 암시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리셤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전신 마취 없이 검진을 행했는데, 이는 자신이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을 대행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일반적인 검진조차 비밀에 부쳤던 이유 중 하나는 TV에서 농담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도 적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당시 미국은 초기부터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하는 등 강경한 대책을 시행했지만,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그리셤 전 대변인은 주장했다. "트럼프가 내린 모든 코로나19 대책은 다가오는 대선에 좌우됐다"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보좌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보좌관. [AFP=연합뉴스]

때로는 백악관 참모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셤 전 대변인에 따르면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 직원들은 관례에 따라 고인의 가족이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 공군기)을 쓰도록 했는데, 부시 가문을 싫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이 두려워 이를 숨겼다.

WP는 그리셤 전 대변인이 백악관 대변인이면서도 브리핑을 한 적이 없고, 언론의 질의에 종종 응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셤의 전 백악관 동료에 따르면 그리셤은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1년 동안은 사무실에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태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부터 말기까지 백악관에 머물렀던 인물로, 의심할 여지 없는 트럼프에 관한 소식통이라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그리셤 전 대변인을 비난했다. 리즈 해링턴 트럼프 대변인은 "이 책은 트럼프 일가에 대한 거짓말로 이익을 얻으려는 또다른 불쌍한 의도로 쓰여졌다"며 그리셤 전 대변인을 향해 "불만족스러운 전 직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짓으로 가득 찬 책을 집필해 단기적인 이익을 보려는 절망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갉아먹은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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