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시골 교사 두얼굴…아이들 들러리로 기부금 3억 횡령?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5:00

두 얼굴의 천사였던 걸까. 중국에서 촉망받던 20대 자선 운동가가 불법 기부금 모금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인공은 비영리 자선단체 설립자 롱징징(28·龍晶睛). 2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롱징징이 운영하는 NGO 단체 ‘카인즈 포스(Kind Force)’에 제기된 불법 운영 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가운데)은 자선단체 '카인드 포스' 공식 SNS를에 농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 봉사 활동 모습 공개하고,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롱징징 더우인 영상 캡처]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가운데)은 자선단체 '카인드 포스' 공식 SNS를에 농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 봉사 활동 모습 공개하고,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롱징징 더우인 영상 캡처]

보도에 따르면 롱징징은 온라인을 통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롱징징은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올렸는데, 자발적 교육 봉사 활동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롱징징은 “지난 10년 동안 193만 위안(3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11만2025회 수업을 제공, 1500명의 어린이를 도왔다”고 소개하며 농촌 어린이를 위한 모금 행사를 홍보했다.

그가 해외 유학파 출신이란 배경도 인기에 힘을 보탰다. SCMP에 따르면 허난성(河南省) 출신인 그는 16살 때 미국으로 유학,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1년 여름방학 때 잠시 중국에 들어와 빈곤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했고, 그 경험을 살려 자선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2018년 졸업 후엔 다시 중국으로 건너와 ‘카인즈 포스’를 설립, 장·단기 교사를 농촌 학교에 파견하는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후 봉사 영역을 문화 마케팅 분야로 확장하는 등 지난 약 10년간 몸담은 학교가 24곳에 이른다고 했다.

네티즌은 아름다운 외모와 유학 이력에 주목했고, 그를 ‘가장 아름다운 시골 교사’로 부르며 칭송했다.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가운데)은 자선단체 '카인드 포스' 공식 SNS를에 농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 봉사 활동 모습 공개하고,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롱징징 더우인 영상 캡처]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가운데)은 자선단체 '카인드 포스' 공식 SNS를에 농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 봉사 활동 모습 공개하고,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롱징징 더우인 영상 캡처]

그러나 이달 초 창사시(長沙) 민정국으로 카인즈 포스에 대한 투고가 들어왔다. 자신을 롱징징 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신고자는 “이 회사(카인즈 포스)는 비인가 단체로 기부금 193만 위안을 불법 모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정국 조사 결과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며 이 단체의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르면 이 단체는 웨이보 등 SNS와 온라인 QR코드 등으로 기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선단체로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벌인 모금 활동은 모두 불법이라고 민정국은 규정했다.

지난 4월 진행한 후난성 시골 여행 프로그램도 문제가 됐다. 단체 측은 시골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 봉사와 시골 탐방을 할 기회라며 지원자를 모집했다. 지원자들은 참가비 명목으로 1인당 5000위안(약 91만 원)을 냈다. 하지만 참가비 사용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교사 지원 자격 심사나 사전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는 등 운영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거센 비판에 롱징징은 웨이보를 통해 “위법 활동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기부금과 참가비 등은 농촌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였고,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수사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앞으로 기부금 사용 내용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의 더우인 공식 계정. [웨이보 캡처]

중국의 20대 봉사활동가 롱징징의 더우인 공식 계정. [웨이보 캡처]

하지만 네티즌은 그간 SNS에 올라왔던 기부금 모금 홍보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보 사진 속 배경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하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貴州省) 빈곤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그 지역은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어떻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지, 의도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농촌에서 교육한다는 단체가 전문 촬영팀까지 대동해 팔로워 끌어모으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스스로 연예인이 되기 위해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시나망도 “롱징징이 온라인에 공개한 사진들은 모두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모습뿐”이라며 “대중들의 오해를 살만한 현장 ‘지원형 교육’에만 집착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롱징징은 “지원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가 다르다”며 “디지털 정보화 시대라 할지라도 시골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농촌 아이들의 모습과 봉사 활동의 좋은 점이 부각되길 바라는 마음에 전문 촬영팀을 투입했는데, 이렇게 많은 여론의 공격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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