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도 찔렀나…샤워만 해도 난리친 층간소음 살인 전말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5:00

전남 여수경찰서는 28일 "층간 소음 문제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위층에 사는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A씨(3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전남 여수경찰서는 28일 "층간 소음 문제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위층에 사는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A씨(3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살인·살인미수 30대 구속영장 신청

전남 여수에서 10대 자매가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크게 다쳤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랫집 30대 남성이 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서다.

여수경찰서는 28일 "층간 소음 문제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위층에 사는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를 살해하고, 숨진 부인의 60대 부모를 다치게 한 혐의(살인)로 A씨(3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2차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장인과 사위 등 윗집 남자들과만 감정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여자들까지 죽이려 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변호사 없이는 진술을 거부해 변호사와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도대체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층간소음 주된 발생 원인은 ‘발소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층간소음 주된 발생 원인은 ‘발소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숨진 부부 "아랫집 남자 때문에 힘들다"

사건은 지난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0시33분쯤 층간 소음 문제로 위층 가족과 말다툼하던 중 서너 달 전 호신용으로 산 흉기로 B씨 부부를 찔러 살해하고, B씨 부인의 부모에게 중상을 입혔다. 당시 B씨 부부의 10대 딸 2명은 작은 방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

A씨는 범행 후 0시40분쯤 자신의 집으로 내려와 경찰에 "사람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술이나 약물 등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 부부의 사망 원인은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였다. B씨 부인의 부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경찰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화가 나 범행했다"며 "B씨 부부의 딸들까지는 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시 격분한 나머지 보이는 대로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처음부터 혐의를 순순히 시인했고, 범행 경위에 대해서도 또박또박 진술했다"고 말했다.

미혼인 A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5~6년 전부터 해당 아파트에 거주했고, 함께 살던 어머니가 3년 전 직장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떠난 뒤부터 혼자 살았다고 한다.

숨진 B씨 부부는 평소 지인들에게 "A씨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숨진 B씨 부부는 평소 지인들에게 "A씨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피해자 딸들 심리 치료…불안감 호소"

조사 결과 A씨는 1~2년 전부터 층간 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B씨 가족과 갈등을 빚어 왔다. A씨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17일에도 '층간 소음에 시달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B씨 부부는 평소 지인들에게 "A씨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인들은 경찰에서 "집 바닥에 매트까지 깔았지만, A씨가 자주 찾아와 항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웃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여수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층간 소음이) 심하지 않았고, 그 사람(A씨)이 유독 샤워만 해도 그랬다고 알고 있다. '(층간 소음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말은 하지 맙시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경찰과 여수시·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B씨 부부의 딸들을 보호하면서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밤이라 딸들은 현장을 목격하지 않았고, 27일 늦게서야 부모가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계속 관련 뉴스가 나와 불안해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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