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는 비어 있는 캔버스, 연주하며 덧칠할 수 있는 자유 느껴”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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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세기 이후 나온 현대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첼리스트 강승민. [사진 스테이지원]

20세기 이후 나온 현대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첼리스트 강승민. [사진 스테이지원]

첼로가 빠른 속도로 8분음표(♪)를 쉴새 없이 연주하고 피아노는 불규칙하게 커다란 소리로 화음을 연주한다. 불안한 음악은 이어지고, 아름답거나 부드러운 멜로디는 없다. 러시아 작곡가인 알프레드 슈니트케(Schnittke, 1934~98)가 1978년 작곡한 첼로 소나타 1번의 2악장이다. 20세기 들어 작곡가들은 청중이 아름답다 여겼던 기존의 조성과 화음 대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불편하고 어려운 음악이 늘어났다.

첼리스트 강승민(34)은 20세기 이후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바흐에서 시작해 베토벤·브람스와 같은 전통적 작곡가의 첼로 음악 대신 현대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 연주하는 첼리스트다. 다음 달 9일엔 20세기에 작곡된 곡만 모아서 독주회를 연다. 슈니트케를 비롯해 니콜라이 미야스코프스키의 소나타 2번(1949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소나타(1901년)를 연주한다.

여덟 살에 첼로를 시작한 강승민은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16세 최연소 입학했고, 2006년 가스파르 카사도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어떻게 20세기 음악에 빠지게 됐을까. “베를린 유학 초기인 2008년 정도부터 새로운 음악을 정말 열심히 찾았다. 클래식한 작품을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연주하다 보니 새 작품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 스승 다비드 게링가스(75) 영향이 컸다. “선생님은 이미 연주되는 음악만 연주하지 않고, 작곡가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곡을 연주했다. 작곡가에게 위촉하거나 헌정 받고, 곡을 찾아내 초연하는 걸 보면서 공부했다.”

20세기 이후 작곡된 첼로 작품을 열심히 찾으면서 그는 “작곡가들이 첼로를 점점 더 좋아하고, 잘 이해하게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독일의 한 작곡가에게 ‘현대 작곡가들에게 첼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음역이 자유로워 여러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강승민은 “다른 악기와 달리 첼로는 18세기 베토벤 시대 정도에 와서야 독주 악기답게 취급받았는데, 20세기에 그 과거를 만회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현대음악이 어렵기만 하다는 편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나친 실험 정신으로 난해하기만 한 곡은 일회성 연주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동시대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 곡이 많다. 그 공감대를 잘 파악해 청중과 연결하는 일이 연주자의 몫이다.” 강승민은 “종교, 자연 같은 스토리를 현대 작곡가들이 표현했을 때 현대 청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흐·베토벤 등에 비해 현대음악은 비어있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며 “해석의 여지가 많아 편견 없이 덧칠하는 자유를 느낀다”고 했다. 이번 공연 연주곡도 확고한 신념으로 해석해 청중에게 내놓는다. “슈니트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태인계 독일인이었고, 어디에서나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그가 도전적이고 혼란스러운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미야스코프스키의 소나타에 대해선 “게링가스가 추천한, 덜 알려진 보석 같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강승민은 첼로 작품을 연주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목표가 있다. “새로운 곡을 발굴해 자주 연주되는 곡으로 만들고 싶다. 다른 악기에 비해 첼로 연주곡의 숫자가 적다는 통념을 바꿔보고 싶다.” 독주회는 다음 달 9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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