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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레드카펫 귀국날, 中억류 미국인 남매도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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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 9시 50분(현지시간) 중국 선전 바오안 공항에 중국 정부 전세기가 도착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레드카펫을 통해 걸어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25일 밤 9시 50분(현지시간) 중국 선전 바오안 공항에 중국 정부 전세기가 도착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레드카펫을 통해 걸어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지난 24일 중국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풀려날 무렵 중국에 장기간 출국금지 상태로 있던 미국인 남매도 고국으로 귀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중국 정부는 멍 부회장 체포 이후 중국에 억류 중이었던 캐나다인 2명도 동시 석방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 멍 부회장에 대한 ‘포로 교환’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미·중이 외교적 해빙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 “포로 교환은 아냐” #미·중 정상회담 포석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에 살고 있는 20대 남매 빅터 리우와 신시아 리우가 중국에서 불분명한 출국금지를 당한 지 3년 만인 26일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멍 부회장 석방과 거의 동시에 출금이 해제됐다고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매체에 “상하이의 영사관이 이 문제를 다뤄왔으며, 미국은 강제적인 출국금지 조치를 반대한다”며 “미 정부는 중국에 자의적으로 구금돼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을 계속해서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빅터와 신시아 남매는 2018년 어머니 샌드라 한씨와 함께 친지 방문을 위해 중국에 들어온 이후 출국이 허용되지 않았다. 어머니와 중국에 들어왔을 때 빅터는 미 조지타운대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신시아는 미 컨설팅 기업 매킨지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겐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었지만, 남매의 부친 리우 창밍이 범죄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쫓기는 중이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 이들은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지 9일 만에 중국 당국에 체포돼 3년 간 옥살이를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 이들은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지 9일 만에 중국 당국에 체포돼 3년 간 옥살이를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6대 국영은행인 교통은행 광저우 지점의 공산당 최고 간부를 지냈던 아버지 리우는 14억 달러의 불법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아버지 리우를 유인하기 위해 가족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매는 풀려났지만, 미국 국적자인 어머니 한씨는 여전히 중국에 억류돼 있다.

미 상원은 이들 남매 사건을 비롯한 중국의 부당한 출국금지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4월 초당적으로 발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8년 12월 1일 멍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직후 중국에 있던 두 명의 캐나다인을 간첩 혐의로 구금했다. 이들은 캐나다 법원이 24일 명 부회장에 대해 석방 결정을 하자마자 풀려났다. 미 뉴욕 검찰이 멍 부회장과 기소유예 합의를 한 데 따른 것이었다. “중국의 인질 정치가 먹혔다”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 시점에 미국인 남매도 출금 해제돼 미국으로 귀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이 같은 '포로 교환(prisoner swap)’에 미중 간 협상이 있었느냐”는 질의를 받고 “우리는 그런 용어를 쓰지 않았다”며 “화웨이 관리와 관련된 사건은 독립된 미 법무부의 조치였다. 법 집행 기관이 독립적으로 결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신화=연합뉴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안보 관계자들이 지난 9개월 간 캐나다인들은 물론,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을 접촉하는 등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달 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에서 시 주석이 직접 멍 부회장 문제를 거론했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표면상 “멍완저우 사건과 캐나다인은 본질이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화춘잉(华春莹)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캐나다인들의 석방에 대해 “전문 의료기관의 진단에 따른 병 보석”임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미ㆍ중 정부는 ‘인질 교환’ 비판은 최대한 피하면서, 정상회담을 대비해 양측 간에 가장 첨예한 걸림돌을 제거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바이든과 시진핑 간의 첫 대면 회담을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이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은 10월 말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는 11월 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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