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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최근 5년간 1건 통관···관세청 창고에 쌓인게 1056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 규정 미비로 통관이 보류된 리얼돌이 5년간 1천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마네킹으로 둔갑해 밀수입된 리얼돌을 살피는 모습. 뉴스1

관련 규정 미비로 통관이 보류된 리얼돌이 5년간 1천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마네킹으로 둔갑해 밀수입된 리얼돌을 살피는 모습. 뉴스1

수입이 막혀 관세청 창고에 쌓여 있는 리얼돌(사람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이 5년간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수입 신고 한 리얼돌 건수가 105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김 의원이 관세청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른 것이다. 관세청이 리얼돌 통관을 전면 보류하고 있어, 수입 신고한 1056건 리얼돌거의 대부분은 모두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김 의원은 2017년 13건이던 리얼돌 수입 신고가 2018년 101건, 2019년 356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280건으로 수입 신고가 다소 줄었지만, 올해 1∼8월 307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은 통관을 보류한 리얼돌을 일정 기간 별도 창고에 보관하다, 해외로 다시 반송하거나 전량 폐기 처리한다.

관세청이 리얼돌 통관을 보류하는 이유는 현행법 때문이다. 관세법 제234조에 따르면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리얼돌과 관련한 명확한 수입 기준이 없어, “풍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단 수입을 막고 있다.

리얼돌 수입을 하려면 현재로써는 소송을 걸어 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통관이 허용된 것은 2019년 6월 대법원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판결에 따른 1건뿐이다. 당시 법원은 “공공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 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 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통관보류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리얼돌마다 생김새가 달라, 수입하는 모델마다 일일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고 판단한 리얼돌은 해당 모델만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막기 위해 리얼돌 수입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올해 8월까지 기준 관세청의 리얼돌 수입 관련 소송은 총 42건인데, 이 중 38건(1건 취하, 2건 각하, 1건 패소 확정)이 재판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2·3심 진행 중인 리얼돌 재판 22건 모두가 하급심에서 패소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2019년 대법원 패소와 올해 소 취하로 각각 1023만원, 461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진행 중인 재판 상황에 따라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김 의원은 “리얼돌은 사람의 형상과 거의 흡사한 실물이기에 여성의 신체나 성 관념 등에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어 무분별한 수입과 유통은 지양돼야 한다”면서도 “리얼돌 산업 기준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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