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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 조종사들 "무장하고 갔지만, 맹세코 총쏜적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06항공대 조종사 4명 중 3명 증인 출석

지난 8월 9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9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당시 광주로 출동한 헬기 조종사들이 법정에서 "광주시내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90)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채택된 당시 506항공대 500MD 기종 조종사 4명 중 3명이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27일 전씨에 대한 항소심 5번째 공판을 열었다.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을 받은 전씨는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헬기 조종사들은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3시 사이 광주 불로교 상공 등에서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한결같이 증언했다. 당시 506항공대 2군단 작전과장(당시 소령)이었던 최모(71)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다. 시내에서 헬기가 총을 쏘면 엄청난 사람이 죽는데 정신 있는 사람이면 못 쏜다”고 부인했다.

또 그는 “500MD 헬기에 장착된 7.62mm 기관총은 1분에 2000발, 4000발이 나가는데 우리 국민에게 쏜다는 건 가당치 않다”며 “광주에서 5월 21일뿐 아니라 다른 날도 총을 쏘지 않았고 위협 사격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정웅 31사단장이 해남대대로 출동하면서 폭도들을 막아달라고 하길래 위험해서 헬기로 사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다리만 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런 총이 아니라고 했고 사단장이 체념했다”고 진술했다.

“사단장이 '다리만 쏠 수 있냐'고 물어 못 쏜다 답해”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에 이어 증인석에 앉은 전 506항공대 500MD 조종사·부조종사인 김모(67)·박모(71)씨도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김씨는 "내 기억에 박씨와 한 조로 5월 21일 오전 광주에 갔다. 무장은 해갔지만, 안전 차원에서 탄약을 빼놓은 채 뒷좌석에 탄 박스를 싣고 다녔다"고 말했다.

박씨는 "광주 상공을 정찰 비행한 사실은 있지만, 개천 위였고 많은 사람이 산재해 있다가 헬기를 보고 피했다"며 "위협 사격이나 시민을 향한 사격은 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 신청으로 이날 전일빌딩 탄흔 분석과 관련한 증거조사를 하고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연 뒤 재판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가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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