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억대 로비’ 번진 지하도상가 '입찰 전쟁' 10년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18:10

전ㆍ현직 서울시의원들이 억대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다음달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역 등 지하도상가 운영권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직 시의원, 금품 받고 '재입찰 청탁' 수사중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알선수재 등 혐의로 현직 서울시의회 A의원과 전직 서울시의원 B씨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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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강남역ㆍ영등포역ㆍ고속터미널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들로부터 3차례에 걸쳐 총 1억3500만원을 받고 A의원에게 34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지난 2019년 6월 A의원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상인들에게 상가운영권 재입찰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당시 지하도상가 운영 관련 상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었다.

2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5월, 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가 “AㆍB씨가 공모해 사기를 쳤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영등포역과 강남역 지하도상가 재입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고소로 인해 상인회 측 관련자들 역시 뇌물 공여자로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로 인해 상인회 간 분위기도 좋지 않지만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입찰" vs "수의계약" 10년 갈등이 발단

지하도상가 운영권 재입찰을 둘러싼 갈등은 10여년 전부터 있어왔다. 1970~1980년대에 민간투자로 조성된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29곳은 20년간 무상사용 뒤에 서울시에 반환됐다. 이후 관리 책임을 맡은 서울시설공단은 기존 상인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운영권을 수의계약하는 방식으로 해왔다.

2006년 서울시가 경쟁 입찰을 추진할 당시 상인회가 반발하며 내건 현수막. 사진은 서울시 소유의 소공동 지하도상가.

2006년 서울시가 경쟁 입찰을 추진할 당시 상인회가 반발하며 내건 현수막. 사진은 서울시 소유의 소공동 지하도상가.

하지만 공단이 2009년 경쟁입찰 방식 전환을 추진하면서 상인회와 갈등이 시작됐다.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하철역 지하도상가와 같은 공공자산은 5년마다 경쟁입찰을 통해 상가를 운영할 자를 선택해야 한다. 상인회는 상권을 박탈당하고 권리금 손실 등을 주장하며 극렬히 반발했지만, 공단은 기존 상인들의 지하도상가 독점ㆍ사유화를 이유로 경쟁입찰을 강행했다.

첫 민간 위탁자로 기존 상인들로 조직된 (주)강남역지하쇼핑센터 등이 선정되며 갈등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알짜배기’ 상권인 강남역ㆍ영등포역ㆍ고속터미널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수백억을 들여 낡은 시설에 대한 전면 개보수 공사도 진행했다. 한 점포당 약 1억원을 리모델링비로 부담했다고 한다.

시의원 "돈 받았지만 청탁 목적인지 몰랐다"

운영권 계약이 만료되는 2019년에 상인회는 공단 측에 “상인들이 투자금을 건질 수는 있어야 한다”며 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시의회 설득에도 나섰다. 공유재산법 시행령에 ‘지자체가 일반입찰에 부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경우 조례 개정을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 개정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A의원 및 B씨와 금품이 오갔다는 것이다.

A의원과 B씨의 입장은 다르다. A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B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청탁 목적인지는 몰랐다. 고소가 접수되기 전에 B 씨에게 모두 돌려줬다”고 밝혔다. B씨는 “상인회 대표들에게 돈을 받긴 했지만 A 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내가 모두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인회 측은 “A의원도 청탁에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A의원과 B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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