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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 노리는 특허괴물, 삼성전자가 주요 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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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특허자산 관리업체(NPE)인 5G IP홀딩스는 지난 1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회사의 무선통신 특허 세 종류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의 NPE인 스크래모지도 지난 1일 삼성전자가 자사의 무선충전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크래모지는 지난 4월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여섯 건의 소송을 냈다.

아일랜드의 선래이메모리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서 삼성·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3일 이 소송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ITC가 제시한 조사 기한은 45일이다. 업계에선 다음달 안에 ITC의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기업 특허 관련 피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5년간 국내 기업 특허 관련 피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해외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이 이어진다. 26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 20개 기업은 미국에서 707건의 특허 소송을 당했다. 특허 소송을 제기한 주체별로 보면 해외 NPE가 530건(75%), 해외 제조업체가 177건(25%)이었다. 이 중 제소자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406건(57.4%), 법원이 소송의 각하 또는 기각을 결정한 것은 113건(16%)이었다. 현재 168건(23.8%)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 의원은 “한국 기업들이 ‘특허괴물’의 마구잡이식 소송 제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NPE들은 일단 소송부터 제기하고 기업 경영 활동을 압박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박승관 대한변리사회 선임연구관은 “특히 미국에서 특허 분쟁은 비용과 시간이 워낙 많이 들어간다. (법원의) 최종심까지 가기 전에 양측이 합의해 소송 취하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NPE들은 이런 점을 노려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거는 전략을 쓴다”고 덧붙였다.

미국서 특허 침해 피소 당한 국내 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서 특허 침해 피소 당한 국내 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7년 이후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은 413건이었다. 소송 주체별로는 NPE가 315건, 제조업체가 98건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의 절반 이상(58.4%)이 삼성전자를 겨냥한 셈이다. 이 중 제소자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245건이었다. 현재 107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온 소송 중에서 삼성전자가 이긴 것은 세 건이고 진 것은 13건이었다.

미국서 특허 침해 소송 당한 중견·중소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서 특허 침해 소송 당한 중견·중소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만 20만 건이 넘는다. 상대적으로 특허 소송이 많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NPE의 주요 타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돈을 목적으로 특허를 매입해 소송을 거는 NPE들은 주로 규모가 큰 시장 플레이어(선수)를 노린다”고 전했다.

LG전자는 2017년 이후 미국에서 199건의 특허 소송을 당했다. 이 중 제소자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118건이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34건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온 소송 중에서 LG전자가 이긴 것은 한 건이고 진 것은 없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은 11건이었다. 현재 일곱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화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은 11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두 건이다. 셀트리온은 해외 제조업체에서 9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 중 제소자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네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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