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목격 신고시민/억울한 「옥살이 1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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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찰/「범인도피죄」씌워/검찰/“정황인정”벌금형/사고낸운전사 뒤늦게자수/피해자 전과누명 벗기위해 재판청구
한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한 시민을 경찰이 6개월후 엉뚱하게 「범인도피죄」로 구속했고 검찰에서도 뚜렷한 증거없이 정황만으로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의 약식기소처분을 받고 보름만에야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억울한 시민」은 『못본체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고를 신고한 시민을 표창은 못할망정 경찰ㆍ검찰이 손발을 맞춰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느냐』며 연휴가 끝나는 5일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문제가 확대될 것 같다.
「시민정신」을 발휘했다가 「전과」누명을 쓰게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시민은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에 사는 구해주씨(36ㆍ광고업).
◇사고=구씨는 3월4일 오후11시20분쯤 부인과 함께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서울∼양평국도의 양평휴게소옆 반대편 차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씨는 마주오는 택시에 깜박이를 켜 위험하다는 신호를 해준뒤 80여m쯤 더가 차를 세웠다.
구씨가 현장으로 갔을때 택시운전사가 쓰러진 20대청년을 택시에 태우고 있었고 주변의 누군가가 『트럭이 치고 달아났다』는 말을 했다.
구씨는 다른 운전자들과 함께 택시운전사가 청년을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준뒤 집으로와 관할 양평경찰서에 신고했다.
피해자가 궁금해진 구씨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고 택시운전사 이용해씨(31)로부터 『피해자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은뒤 『트럭이 치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는 얘기를 했다.
피해자는 그날밤 숨졌고 다음날 경찰이 찾아와 구씨는 참고인 진술을 했다. 경찰은 일단 「트럭에 의한 뺑소니」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구속=구씨는 사고 6개월뒤인 지난달 11일 양평경찰서의 출두명령을 받아 범인도피죄로 구속됐다.
택시운전사 이씨가 『도로에 쓰러져 있던 유영길씨(24ㆍ전공)를 자신도 치었으며 사고직후 자수하려 했으나 병원에서 구씨와 통화한뒤 마음이 달라져 숨겨오다 가책을 못이겨 자수한다』며 자수해 왔다는 것이다.
구씨는 택시가 숨진 유씨를 친 사실을 몰랐고 운전사 이씨로부터 아무런 부탁도 받지 않았다(운전사 이씨도 확인)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당신때문에 자수가 6개월이 늦어졌으니 범인을 도피시킨 것과 같다』고 막무가내로 몰아 구속했다.
구씨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넘겨졌다. 검찰은 『구씨가 전과가 있는 점과 정황을 고려할 때 증거는 없지만 「어느정도」혐의가 있다』며 약식기소,벌금 50만원 처분을 내려 구씨는 보름만인 지난달 26일 풀려났다.
◇논란=구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연휴가 끝나는 5일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수사를 맡았던 양평경찰서 형사계장 박상만경사는 『구씨때문에 범인이 자수를 안했으니 범인도피가 분명하다. 검찰의 지휘를 받고 한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사건을 지휘한 여주지청 손창렬검사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구씨가 병원으로 전화한 사실이 의심스럽다. 뭔가 있는 것 같지만 증거가 없어 벌금처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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