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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바랐는데...베이징 못 가도 웃은 '흥유라'

중앙일보

입력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를 이끈 '흥유라' 민유라(26)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도전기가 아쉽게 끝났다.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와 대니얼 이튼. 오종택 기자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와 대니얼 이튼. 오종택 기자

민유라는 파트너 대니얼 이튼(29)과 함께 26일(한국시간)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아이스댄스에 출전해 최종 총점 158.54점으로 20개 출전팀 중 7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춘 팀 중 상위 4위까지 베이징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이로써 한국 피겨는 아이스댄스 선수를 베이징올림픽에 보낼 수가 없게 됐다. 베이징올림픽에는 여자 싱글 2명, 남자 싱글 2명의 선수만 파견하게 됐다.

민유라-이튼 조는 지난 24일 리듬댄스에서 66.79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ISU 4대륙 대회에서 기록한 리듬댄스 개인 최고점(64.38점)을 2.41점 경신한 점수였다. 4위를 기록한 독일의 카타리나 뮐러-팀 디크 조(68.47점)와 격차는 1.68점에 불과해 프리댄스에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프리댄스에서 실수가 많았다. 스핀 동작을 하다 호흡이 맞지 않아 손을 놓쳤다. 이튼이 민유라를 드는 댄스 리프트에 실패해 수행점수(GOE) 1.37점이 깎였다. 이튼의 허리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날린 여파가 있었다.

민유라 측은 "대니얼이 지난해 고난도 리프트 훈련 중에 허리를 다쳤다. 유라 혼자 홀로 훈련했는데, 종목 특성상 쉽지 않았다. 대니얼이 돌아와 지난 5개월 동안 함께 훈련했지만, 아무래도 실전 경기력이 떨어져 걱정이 컸다"고 전했다.

민유라는 그런데도 키스앤크라이존에서 밝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대니얼이 부상에도 투혼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베이징행이 물거품이 된 것이 속상해 갈라쇼에도 나가지 않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국적 대신 한국 국적을 택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사상 최고 성적(18위)을 거뒀다.

한복과 아리랑으로 주목 받은 아이스댄스 민유라-겜린 조. [연합뉴스]

한복과 아리랑으로 주목 받은 아이스댄스 민유라-겜린 조. [연합뉴스]

쇼트댄스에서 상의 끈이 풀리는 사고에도 침착한 연기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프리댄스에선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우아한 안무를 펼쳐 많은 감동을 안겼다. 특유의 발랄한 표정과 끼로 ‘흥유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평창 대회 당시 민유라는 베이징올림픽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자비를 들여 힘들게 훈련한 사실이 알려졌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000달러를 후원해 베이징행 꿈이 이뤄지길 응원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특별귀화했던 파트너 알렉산더 겜린이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문제를 일으켜 헤어졌다. 민유라는 2019년 9월 새로운 파트너 이튼을 만나 다시 올림픽에 가기 위해 맹렬히 훈련했다.

이튼은 한국으로 귀화를 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서 한글 공부도 열심히 했다. 아직 한국 국적으로 얻지 못했지만, 우선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것에 주력했다. 그러나 아쉽게 시즌이 끝났다. 민유라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지는 미지수다.

민유라 측은 "다니엘은 다음 올림픽 출전도 원하지만, 유라는 은퇴도 고려하고 있다. 당분간 쉬면서 거취를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SNS에 "올림픽 출전의 기회는 놓쳤지만, 다른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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