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인구…숫자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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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20면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맞기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리기도 하다. 숫자는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명백한 숫자 앞에서는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바로 그 객관적인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실제로 조사된 숫자에 담긴 뜻을 새겨 보자.

코로나19와 같은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질병과 사망에 따른 의료 비용과 노동력 상실 및 생산성 저하를 예방함으로써 16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편익-비용 비율이 높은 백신은 질병을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20세기 들어 평균적으로 성인 여성은 8.3㎝, 성인 남성은 8.8㎝ 커졌다. 한국 여성은 평균 신장이 무려 20.2㎝나 커지며 20세기 여성 중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탈퇴에도 불구하고 영국인의 일상생활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영국은 식량의 3분의 2를 EU국가들에서 수입한다. 스페인의 채소 재배자와 덴마크의 베이컨 생산자로부터 계속 상품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인구는 현재 1억2700만이지만 2050년에는 9700만으로 줄 것이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어린아이의 수를 넘어설 텐데 일본의 인프라는 누가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을까. 중국 인구는 이르면 2023년 인도에 추월당할 수 있다.

인도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한다. 빠르면 2023년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열차에 올라탄 인도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한다. 빠르면 2023년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열차에 올라탄 인도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디젤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디젤엔진은 휘발유엔진보다 여전히 15~20%가량 더 효율적이다. 디젤엔진은 실질적으로 모든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 및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광석과 시멘트, 비료와 곡물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에 동력을 공급한다. 거의 모든 트럭과 화물열차의 동력원이기도 하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거의 닫히다시피 해 항공여행이 많이 줄기는 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다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간혹 대형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항공여행은 대체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안전하다고들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여행 사고 사망자는 2015년 474명, 2016년 182명, 2017년 99명, 2018년 514명이었다. 비행함으로써 평균적으로 더해지는 사망 확률은 비행하지 않고 살아갈 때 닥칠 수 있는 위험의 1000분의 5에 불과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뿌리작물과 과일 및 채소의 40~50%, 어류의 35%, 곡물의 30%, 식물유와 육류, 유제품의 20%가 버려진다. 수확한 식량의 3분의 1 이상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뜻이다. 부유한 국가들은 식량을 덜 생산하고 현명한 소비로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생선회와 초밥의 최고 재료로 손꼽히는 참치 종인 참다랑어의 80%가 일본에서 소비된다. 일본에 허용된 할당량을 훨씬 넘어선 양이다. 3종의 참다랑어가 전 세계에서 포획되는 양은 현재 연간 약 7만5000t이다. 그런데 포획량과 판매량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불법 포획과 적게 보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포도주의 나라’라 불리는 프랑스의 포도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1926년 프랑스인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36ℓ였다. 2000년엔 58ℓ, 2020년엔 40ℓ로 급격히 줄었다. 요즘 포도주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프랑스 성인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의 모든 주류 무역 가운데 프랑스산 포도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총거래액은 3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지질학적 시대로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충격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고, 인간종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규모다. 그렇다고 인류가 지구의 운명을 정말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6600만 년 전 팔레오세가 시작한 때부터 1만1700년 전 홀로세가 시작한 때까지, 신생대의 여섯 번의 시대는 각각 적어도 250만 년 동안 지속됐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건 8000년,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 건 150년밖에 되지 않는다.

숫자로 보는 세계엔 지혜가 담겨 있다. 단, 더 넓은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잘 해석할 때만 그렇다. 숫자를 맹신해선 안 되겠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뭔가 더 정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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