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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 적신호…2030 부채 2분기 13% 급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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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12면

청년층(20~30대)의 빚이 무서운 기세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주식·암호화폐 투자에 대거 나선 영향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편이어서 취약차주 비중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향후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청년층의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되는 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12.8% 급증했다.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청년층이 전체 가계부채에 차지하는 비중(26.9%)도 1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에 청년층이 기여한 비율은 지난해 이후 41.5%를 기록해 2018~19년(30.4%)보다 11.1%포인트 커졌다.

청년층의 부채를 키운 것은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아파트를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청년층이 많이 증가하는 등 부동산 투자가 늘어났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중 청년층의 거래 비중은 36.6%를 차지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청년층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완화적 금융여건 속 대출금리가 낮아진 데다, 은행의 비대면 대출서비스가 개선되며 온라인으로 손쉽게 신용대출을 받는 등 접근성도 좋아진 영향이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주가 상승이나 기업공개(IPO) 영향으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늘면서 청년층이 신용대출 일부를 주식시장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의 차입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자산 증가는 예기치 않은 자산가격 조정위험에 취약할 수 있으며, 과도한 부채 부담이 건전한 소비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청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상승하고 있고, 취약차주 비중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의 DSR은 36%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청년층 DSR은 2분기 37.1%로 지난 1분기(36.6%)와 지난해 4분기(36.1%)보다 높아졌다.

청년층 취약차주 비중은 2분기 6.8%로 다른 연령층(6.1%)보다 높았고, 저소득 차주 비중도 24.1%로 다른 연령층(14.4%)보다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은 소득수준이 낮고, 자산가격 조정 위험에 대비해서 충격을 흡수할 금융자산 축적 정도가 낮기 때문에 향후 자산가격 조정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계 전체 부채는 2분기 1805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 증가했다. 가계 부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은 104.9%로 지난해 경제 규모 상위 30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이들 국가의 평균(63.2%)도 훌쩍 뛰어넘었다.

가계 빚 증가세를 잡기 위한 정부 규제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대출 규제가 시행된 2017년 1분기 8.9%에서 2019년 4분기 3.5%까지 감소 추세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1분기 4.9%에서 지난 1분기 6.0%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과도한 위험·수익추구 성향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계 빚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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