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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헝다는 파산상태"…9년 전, 이 보고서는 거짓말로 취급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8:00

“헝다는 파산상태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 지적을 9년 전인 2012년에 내놓은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공매도 투자자이자 투자 뉴스레터 시트론리서치의 편집자 앤드류 레프트가 작성했죠. 그는 57쪽짜리 보고서에서 “헝다는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자자들에 중요한 재무정보를 숨기고 있다. 헝다의 경영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는 충격적”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된 헝다그룹. 셔터스톡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된 헝다그룹. 셔터스톡

당연히 헝다 주가는 급락(보고서 발표 당일 11% 하락). 투자자들이 동요하자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투자자 컨퍼런스콜을 열고 시트론리서치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냈죠. 결국 홍콩 규제당국까지 나섰습니다. 보고서가 무모하고 부주의하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시장 부정행위’라며 소송을 건 거죠.

소송 결과는 앤드류 레프트의 완패. 홍콩 재판부는 그의 홍콩시장 거래를 5년간 금지했습니다. 그가 헝다 주식 공매도로 얻은 수익 160만 홍콩달러(약 2억4000만원+지연이자까지)도 반환하게 했고요. 레프트는 항소했지만 2019년 패소했고 소송비용만 수백만 달러를 썼다는군요. (이 사건 판결 영문 해설이 궁금하다면 클릭)

공매도 투자자 앤드류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홈페이지

공매도 투자자 앤드류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홈페이지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헝다그룹은 당장 몇 달 안에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처했습니다. 일부 부채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말까지 지불해야 할 채권 이자금만 약 8000억원에 달합니다. 미지급금을 포함한 헝다의 총 부채는 무려 1조9700억 위안(약 359조원).

앤드류 레프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설명했죠. “홍콩(당국)은 진실을 억누르려했다. 그들은 그것(헝다의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말하는 공매도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울러 2012년 보고서를 냈을 당시쉬자인이 중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인맥이 좋은 사람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게 자신의 패착이었다며(알았으면 안 냈을 거라며) 씁쓸해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홍콩 증시 거래가 금지된 상태인데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런 바람을 남겼습니다. “내 아이들이 ‘당신 아버지는 중국기업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글을 읽지 않게 되길 바란다. 난 거짓말하지 않았다.” 악플 때문에 마음 고생 좀 한 듯. (물론 공매도 투자자는 늘 사방이 적. 그는 올해 초 게임스톱 사태 때 미국 개미들한테 당해서 항복-공매도 포지션 청산-했던 걸로도 유명.)
by.앤츠랩

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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