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물범죄 10년간 10배 급증…"초범이니까" 절반 불기소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5:00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두 남성이 고양이를 쇠막대로 누르고(오른쪽) 목에 줄을 걸어 상자에 넣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두 남성이 고양이를 쇠막대로 누르고(오른쪽) 목에 줄을 걸어 상자에 넣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8월 서울 동묘시장에서 상인 2명이 고양이를 쇠막대로 누르고, 목에 줄을 묶어 끌고 다닌 영상이 퍼지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고양이를 집어넣은 상자를 발로 밟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후 구조된 고양이는 출혈과 타박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졌지만,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고양이에게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고, 고의로 괴롭히려 한 게 아니라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는 학대 정황이 뚜렷하다며 경찰의 처분에 반발했다.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이 10배 이상 늘었지만, 피의자가 붙잡혀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학대 혐의로 붙잡혀도 절반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동물 범죄 늘었지만…절반은 '혐의없음'

동물보호법 위반 급증했지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동물보호법 위반 급증했지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3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992건이 입건됐다. 10년 전 98건에 그쳤던 동물보호법 위반이 10배 증가한 것이다. 매년 입건되는 사건이 늘고 있어 올해는 1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급증하면서 검거 건수도 늘고 있지만, 검거율은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98건 중 89건에서 피의자를 붙잡아 검거율이 90.8%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75.3%로 낮아졌다. 최근 서울·부산·포항 등 전국에서 동물 살해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부분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물대상 범죄 검거율·기소율은 낮아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동물대상 범죄 검거율·기소율은 낮아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피의자를 검거해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1년 경찰은 11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이 가운데 86명(전체의 76.1%)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14명의 피의자 가운데 55.7%인 565명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나머지는 '혐의없음' 등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기소에 대한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긴다. 경찰이 낸 불기소 의견은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한다.

기소율 30%대 그쳐...처벌도 '솜방망이' 

지난달 23일 전북 군산시의 한 동물 쉼터에 쉬고 있는 고양이 모시. 한 남성이 쏜 사냥용 화상에 맞아 한 쪽 눈을 잃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남궁민 기자

지난달 23일 전북 군산시의 한 동물 쉼터에 쉬고 있는 고양이 모시. 한 남성이 쏜 사냥용 화상에 맞아 한 쪽 눈을 잃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남궁민 기자

경찰의 불기소 의견이 늘어나면서 검찰의 기소율도 낮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비율은 31.9%에 그쳤다. 47.2%였던 2011년보다 15.3%p 낮아진 수치다. 이마저도 대부분 약식기소로 끝나 지난해 기소된 355건 가운데 정식재판을 받은 건 30건 뿐이다.

동물 학대가 대부분 약식재판에 넘겨지면서 피의자들은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앞서 고양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사진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을 운영한 조 모 씨는 지난 15일 약식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채팅방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80여명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학대범, 어렵게 잡아도 기소도 안해"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동물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동물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 학대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분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명백한 동물 학대에 대해 고발해도 초범이라거나 생계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도 하지 않는 사례가 아주 많다"며 "동물 학대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수사기관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성규 의원은 “여러 연구에서 동물학대를  약자혐오 범죄로 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전조 현상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 동물을 보호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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