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전기료 인상…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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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탈원전 누적 손실액 10년간 177조

모델로 삼은 독일, 전기료 한국 3배

10월부터 전기료가 인상된다. 8년 만이다. 앞서 3년 동안 정부는 이미 전기차, 전통시장, 주택용 절전 등 각종 전기요금 특례 할인제도를 폐지해 왔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 증가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하지만, 근본 원인이 탈(脫)원전 때문이란 건 모두가 안다. 섣부른 정부 정책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경고했다. 전기료가 올라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부는 “임기 내 전기료 인상은 없다”며 무시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그동안 억눌러 왔던 전기료 인상의 압박이 임계점에 달해 결국은 터지고야 말았다.

매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뒤 적자 폭을 키웠다. 2017년 1분기 1조4632억원 흑자였으나 같은 해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적자 규모는 무려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한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기 폐쇄 및 무산된 원전 7기의 손실액을 1조4455억원으로 추정한다. 이 중 상당액은 국민이 낸 전기료로 충당된다. 지난 6월 전력기금에서 한수원의 손해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전기료의 3.7%를 적립하는 전력기금은 사실상 ‘준조세’다.

비용 부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요청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중시 정책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은 5년간 58조500억원, 10년간 177조4300억원, 30년간 1067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해외 원전 수주 포기 등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뿐인가. 원전 대신 태양광 발전을 하겠다며 전국의 멀쩡한 나무까지 뽑아내고 민둥산을 만들어버렸다.

정부가 탈원전의 모델로 삼은 독일은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세 배에 달할 만큼 비싸다. 그래도 모자라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해 쓴다. 1990년대 탈원전의 길을 걸었던 영국은 저탄소 정책에 따라 2015년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를 위한 중요 자원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탄소 저감을 위해선 원전 말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앞으로 늘어날 전력 수요를 생각하면 전기료 부담은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산업은 풍부한 전력량이 필수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탈원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 청구서가 미래세대에게 날아들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들도 탈원전을 둘러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해법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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