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자문만으로 월 1500만원? 화천대유 권순일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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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019년 10월 8일 당시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10월 8일 당시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재직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월 1500만원 자문료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의 취업 심사가 허술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에서는 ‘사후수뢰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직윤리시스템’(PETI)에 권 전 대법관의 취업심사 결과와 취업 이력 기록은 공시되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 퇴임 후 연말쯤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모씨로부터 회사 고문직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권 전 대법관은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취업 심사 없이 고문으로 ‘깜깜이 취업’ 논란

권 전 대법관이 취업심사 없이 화천대유의 고문이 된 것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심사 대상기관은 자본금 10억원 이상인데 화천대유는 자본금이 3억1000만원이었다.

반면,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은 자본금 50억원으로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해당한다.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2021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대상기관(영리사기업체 등)’에는 ‘성남의뜰 주식회사’가 부동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권 전 대법관의 취업을 놓고 법조계에서 ‘깜깜이 취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4일 밤에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의 사무실 입구. 이가람 기자

지난 14일 밤에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의 사무실 입구. 이가람 기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권 전 대법관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화천대유는 애초에 취업심사 대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권 전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에 어떤 문의를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의 경우 ‘자본금 10억원·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일 경우 심사대상에 해당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법조게 안팎에서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택지개발 사업에 지분을 갖고 수천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게 될 회사가 자본금이 적다는 이유로 공직자의 취업이 자유로운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문 역할 해명 엇갈려 논란, 위법 의혹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권 전 대법관의 취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되어 전화 자문 정도만 했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 관련 자문한 적은 없다’라는 인터뷰를 했다”면서 “반면 화천대유 대표인 이성문 변호사는 ‘권 전 법관이 일 열심히 한 건 우리 직원들도 잘 안다. 자문료 월 1500만원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전화 자문에만 응했다는 권 전 대법관의 말과는 온도 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김 최고위원은 이어 “고문 계약을 한 회사의 사무실에 한 번 가 보지도 않고 앉아서 전화자문만으로 월 1500만원을 받았다면 판사 시절 자신의 판결과 관련된 사후수뢰죄로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았다면 변호사 영업을 할 수 없는 분이 열정적으로 변호사 영업을 한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죄는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한 권 전 대법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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