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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오늘 이자 갚는 날, 320조 빚폭탄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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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사가 중단된 중국 장쑤성 수저우의 ‘헝다 문화관광 도시’. 파산 위기의 헝다그룹은 23일과 29일 이자 지급 시험대에 오른다. [AFP=연합뉴스]

공사가 중단된 중국 장쑤성 수저우의 ‘헝다 문화관광 도시’. 파산 위기의 헝다그룹은 23일과 29일 이자 지급 시험대에 오른다. [AFP=연합뉴스]

중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부동산 기업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Evergrande)그룹 얘기다.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급성장했지만,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억누르기 위해 발표한 대출 규제로 채권 이자 지급조차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돈줄이 말라버렸다.

헝다그룹 채무 만기도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헝다그룹 채무 만기도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3일과 오는 29일 예정된 채권이자 지급일이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여부를 결정하는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22일 “헝다그룹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라면서도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했다.

1997년 설립된 헝다 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광풍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대출로 땅을 사들여 규모가 작은 주택을 지방 소도시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박리다매’ 방식을 선택했다. 전국 280개가 넘는 도시에서 약 1300개의 개발사업을 하는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만 1100억 달러(약 130조2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22위에 올랐다. 빈농 출신인 헝다의 창업주 쉬자인(徐家印) 회장은 2017년 포브스 선정 중국 부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헝다그룹 부채구조 및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헝다그룹 부채구조 및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위기는 ‘문어발식 확장’에서 시작됐다. 부동산 분야 이외에 금융·여행·스포츠 등의 분야로 손을 뻗쳤다. 특히 2019년 설립한 전기차업체 ‘헝다자동차’에 무려 3000억 위안(약 54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투자금 상당수는 회사채와 은행 대출 등으로 충당했다. 헝다 그룹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조7505억 위안(약 319조 9900억원)이다. 반면 자기자본은 4110억 위안(약 74조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425%에 달한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과도한 자금조달을 막는 방침을 발표하자, 국유은행이 앞다퉈 대출을 회수하면서 헝다의 자금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기업 가치도 추락했다. 22일 홍콩 증시에서 헝다 그룹의 주가는 2.27 홍콩 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 고점(20.25홍콩달러)보다 88.8%가 폭락한 것이다.

헝다그룹은 오는 23일 5년 만기 달러채에 대한 8350만 달러(약 993억원) 규모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어 오는 29일 7년 만기의 달러 채권 4750만 달러(약 562억원)의 이자 지급도 예정돼 있다.

다만 헝다 그룹은 22일 성명에서 선전 증시에서 거래되는 2025년 9월 만기 채권의 이자를 23일 시한대로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자 규모는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이다. 하지만 같은 날 만기가 도래하는 8350만 달러어치 달러화 채권의 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헝다 리스크가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우려에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0.15%)와 S&P(-0.081%) 4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나, 나스닥지수(0.22%)는 3거래일 만에 소폭 반등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일부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헝다의 발표에 이날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4.52포인트(0.40%) 오른 3628.49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보다 122.40포인트(0.51%) 오른 2만4221.54에 마감했다.

글로벌 경제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헝다의 디폴트 위기가 중국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을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헝다의 위기가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에도 파장이 미칠 경우에만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역시 보고서에서 “헝다의 채무는 상황을 바꾸게 할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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