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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낙 호남결전 돌입…화천대유가 덮은 추석 밥상, 유·불리 동상이몽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민주당 강원경선에서 만난 이낙연 전 대표(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지난 12일 민주당 강원경선에서 만난 이낙연 전 대표(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 결전에 돌입했다. 광주·전남에선 21일, 전북에선 22일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대의원·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됐다. 결과는 25일(광주·전남), 26일(전북) 각각 발표된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0% 가량이 포진한 호남 결전은 경선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이 지사가 승리할 경우 사실상 본선 직행에 쐐기를 박게 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이 전 대표가 승리해 이 지사 누적 득표율(53.7%)을 과반 아래로 끌어내릴 경우엔 결선 투표를 향한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론조사에선 아직 특정 후보의 우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17∼18일 실시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1005명 대상 조사.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선, 이 전 대표의 호남 선호도(38.5%)가 이 지사(30.8%)를 앞섰다. 반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7~18일 실시한 조사(1004명을 대상.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이 지사의 호남 지지율(36.2%)이 이 전 대표(34.0%)를 앞섰다.

이재명 “4000억원 대 배당. 예상 못한 부동산 폭등 때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서울 동작 소방서를 방문하여 사회 필수인력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서울 동작 소방서를 방문하여 사회 필수인력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석 연휴 내내 두 사람은 ‘유능한 후보론’(이재명)과 ‘안전한 후보론’(이낙연)을 앞세워 호남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정작 추석 밥상을 뒤덮은 키워드는 ‘대장동’과 ‘화천대유’였다. 22일에도 양 진영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22일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민간이 그렇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공영개발은 순수한 공영개발은 아니다. 설계 과정에 곡절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천대유 및 자회사 수익과 관련 “4000억원 대로 (배당이) 는 건 예상 못한 부동산 폭등 때문”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나빠졌다면 이익이 줄거나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배분 설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이재명 캠프도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이 초급등하다 보니 (화천대유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대박이 난 것”(김병욱 직능총괄본부장)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대장동 의혹 관련 국정감사 증인신청 및 특검 도입 주장 요구에 대해서도 이 지사 측에선 날선 반응이 나왔다. 박주민 총괄본부장은 국감 증인 신청에 대해 “정치공세를 넘어서 진상규명에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고 김영진 상활실장은 특검 요구에 대해 “정치 논쟁을 만들기 위한 불순한 동기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대응했다.

김영진 상황실장은 “정권 재창출과 본선 승리를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호남 바닥 민심이다. 그것이 이재명 후보란 게 전체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낙연 캠프에 합류한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결백을 주장하는 건 좋은데, 내부 직원의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성남시장이 관계 없어도 담당 공무원과 개발업체 관련 의혹이 나올 수 있는데, 연대보증을 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호남 배수진 치고 “결선투표 길 내달라” 호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장동 이슈가 호남 경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동상이몽’ 식 해석이 각 캠프에서 나온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야당처럼 대장동만 물고 늘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호남에서 이낙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다”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반면 이낙연 캠프는 “그동안 쌓인 다양한 의혹들이 쌓여가는 과정이다. 의구심이 많이 쌓였다”며 호남 경선에 작지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도 전북 지역을 훑었다. 전북도의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선동학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잘 준비된 제가 본선에 진출하게 해달라. 판단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캠프도 ‘호남 배수진 전략’을 강조했다. 캠프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남 경선이에서 지면 사실상 끝이다”라며 “‘유일한 호남 주자 이낙연을 우리 손으로 죽이지는 말자’‘결선투표까지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동작 소방서를 방문한 이 지사는 기자들에게 “호남의 높은 민심, 국민의 합리적인 집단지성에 의해서 합리적 결과를 내주실 거로 믿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엔 지난 17일 호남 특별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다시 공유하며 “적폐 기득권과의 마지막 대회전까지 승리로 장식해 달라. 호남의 힘, 호남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썼다. “진보, 중도는 물론 보수의 마음까지 얻어야 하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모든 세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저 이재명이 그런 후보”라는 주장이다.

중도 사퇴한 호남 주자 정세균 전 총리를 지지했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도 양측 전망이 엇갈렸다. 이낙연 캠프의 윤영찬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가 사퇴하면서 저에게 ‘내가 지금 사퇴하는 이유가 뭔지 잘 알거 아니냐. 호남의 유일한 후보가 이낙연이니 열심히 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는 “정 전 총리 지지층은 이 지사에 우호적”(핵심 관계자)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계 안호영 의원(재선, 완주·진안·무주·장수)은 이날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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