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면 위험""척추빙시"…막말하고 돈버는 희한한 역설

중앙일보

입력 2021.09.21 14:00

업데이트 2021.09.21 15:54

하루가 멀게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독설은 점점 독해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일 입길에 오른다. ‘관종(관심 종자)’라는 비난과 악플이 이어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디어문화 전문가 김내훈씨는 『프로보커터』라는 책을 통해 ‘주목 경제’라는 개념으로 이들의 행태를 분석했다. 막말을 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 사회 경제적 보상을 누리게 된다는 게 '주목 경제'의 핵심 개념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은 과거에 주로 정치인과 연예인에게 적용됐다. 그러나 김씨는 “소셜미디어가 전 인류를 ‘네트워킹’ 하면서 이제는 만인에게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시대가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노인혐오’ 막말 뒤 “하루에 팔로워 300명 늘어” 자랑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일 원로 철학자 김형석(101)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는 말을 해 ‘노인 혐오’라는 비난을 샀다. 정 변호사는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 년 동안 정권의 반(反)민주·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다”며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교수는 1960년 4·19혁명 때 연대 조교수로 재직하며 교수 시위를 주동했고, 현재는 광복회 고문변호사도 맡고 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논란이 일자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루 사이에 팔로워만 300명 이상 늘었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는데 그것을 존엄을 지키는 죽음, 즉 존엄사(Dignity Death)라고 불렀다”는 글을 다시 올려 더 큰 논쟁을 불렀다.

정 변호사는 최근 게시물에서 “윤석열씨 덕분에 요즘 홍준표씨 호감도 높아졌다”며 “카레맛 똥 덕분에 똥맛 카레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할까?”라고 적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선 경선 결과 등에 대해서도 정치적 편향이 강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법률대리인이라는 타이틀로 끊임없이 독설을 이어가며 사회적 지명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극우 발언이 팬덤으로…유튜브 수익 월 400만원 

[사진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만화가 윤서인씨는 최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건 한국 현수막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윤씨는 지난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그냥 아무것도 안 걸면 되잖아. 아무것도 안 거는 게 그렇게 어렵냐”며 “척추나간빙시 호랑이 그림 걸어놓고 ‘범 내려온다’ 이게 뭐람”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척추나간’, ‘빙시’라는 단어 선택이 차별적 언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윤씨는 평소 극우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윤 씨는 지난 1월 자신의 SNS에 친일파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린 뒤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라며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윤씨는 이후 “표현이 부족해서 오해를 부른 점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해명했으나 지난 7월 독립유공자·후손 463명은 윤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윤 씨에 대한 고발을 정철승 변호사가 앞장서서 진행하고 있다.)

윤튜브 수익. 인플루언서 캡처

윤튜브 수익. 인플루언서 캡처

윤씨는 ‘튀는’ 발언’으로 비난도 받지만, 팬덤과 수익도 뒤따른다. 유튜브 통계 서비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윤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 ‘윤튜브’를 통해 매달 146만~463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윤씨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3만 명에 달한다. 이 채널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장 등이 올라와 있다.

개인 유튜브에 이재명 지사 소환하는 ‘문화 자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거침없는 의견 표현으로 유명하다. 지난 7월 도쿄올림픽 선수단의 ‘한식 도시락’이 논란이 되자 황씨는 “참가국이 선수의 컨디션을 위해 선수단의 음식에 관여는 할 수 있어도 ‘다 싸가지고 가겠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국민 간식인 떡볶이를 불량식품으로 규정하고 학교 앞에서 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불고기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 아니다는 발언도 이슈가 됐다.

정치적 발언도 적극적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온 황씨는 지난해 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이 선고된 소식을 전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예수의 길을 걷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논란이 될만한 발언과 더불어 정치적 발언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황교익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독설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형성한 것이다.

황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를 촬영한 모습. 황교익TV 캡처

황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를 촬영한 모습. 황교익TV 캡처

황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지난 6월 이 지사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황씨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에 올랐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은 인사라는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결국 후보에서 사퇴했다. 황씨는 과거 이지사의 형수관련 발언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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