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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보다 코로나 더 겁나…“자가용 귀성” 94% “버스” 3%

중앙일보

입력

 [숫자로 보는 코로나와 명절 고향길]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고향길에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뉴스1]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고향길에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뉴스1]

  '93.6% 대 3.2%.'

 올 추석 고향길에 이용할 교통편을 묻는 질문에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93.6%에 달했습니다. 반면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겠다는 응답자는 3.2%에 불과했는데요.

 이는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총 1만 3950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비율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조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거꾸로 버스 이용률은 최저치인데요.

 얼핏 자가용이 편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선명하기 때문인데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11년간(2011~2021년) 설·추석 연휴 기간의 교통편 이용현황을 따져보면 승용차 이용률은 지난해 추석 이전까지는 줄곧 80%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용률은 조금씩 증가해서 2011년 설에는 81%이던 것이 지난해 설엔 88%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기세를 떨치던 지난해 추석에 처음으로 90%대(91.4%)를 넘어섰고, 올해 설에는 93.5%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는 예상 이용률이 93.6%에 달한 겁니다.

 반대로 10%대의 이용률을 유지하던 고속·시외버스는 지난해 추석에 5.7%를 기록하더니 올해 설에는 3.4%까지 떨어졌는데요. 이번 추석은 이보다 낮은 3.2%로 예상됩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이 급감했다. [연합뉴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이 급감했다. [연합뉴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버스 이용률은 14% 가까이 되기도 했는데요. 물론 자가용 보급이 늘어나면서 명절에 버스를 타는 사람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겁니다. 실제로 국내의 자가용 등록 대수는 2015년 158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870만대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자가용과 버스 이용률의 급격한 변동은 코로나19를 떼어놓고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버스 대신 비교적 안전한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버스와 지하철, 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감했지만 고속도로 통행량은 별로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이 때문에 버스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고,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어찌 보면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수십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대중교통의 위상이 판데믹으로 인해 흔들리는 상황은 상당히 당혹스러운데요.

포스코 코로나 시대에 대중교통은 방역과 안전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포스코 코로나 시대에 대중교통은 방역과 안전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백신 접종완료자가 늘고 코로나19의 기세가 어느 정도 꺾인다고 해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흐름이 금세 사라지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 때문인데요.

 버스나 지하철, 철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드뭅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수단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대중교통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철저한 방역과 안전관리를 통해 이용객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길밖에는 없을듯합니다.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안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큰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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