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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고이 간직한 편지…참전용사와 여군 눈물 쏟은 상봉 [영상]

중앙일보

입력

프리스트가 초3 때 수업시간 과제로 작성한 '참전용사 감사 편지'. 이를 받은 그래스버거가 12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왔다. [인터넷 캡처]

프리스트가 초3 때 수업시간 과제로 작성한 '참전용사 감사 편지'. 이를 받은 그래스버거가 12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왔다. [인터넷 캡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아저씨께, 히틀러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자유를 만들었습니다.”

2009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 있는 어빙초등학교 3학년 다샤우나 프리스트는 교사가 수업시간 과제로 내준 감사편지를 또박또박 적어내려갔다. 아홉 살짜리 프리스트는 전쟁이나 참전용사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었지만, 교사로부터 항상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주변에 제복 입은 사람들을 우러러봤다. 그리고 누구의 손으로 갈지도 모를 편지를 부쳤다.

프리스트의 편지는 오하이오주 스트롱빌에 사는 참전용사인 그래스버거(95)의 손에 배달됐다. 그래스버거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18세로 징집돼 3년간 독일에 주둔했던 참전용사다. 2009년 83세였던 그래스버거는 뜻밖의 편지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전쟁에 관한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가슴이 찢어졌다”고 회상했다. 프리스트가 크레파스와 연필로 그린 성조기와 군용 헬멧을 보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그래스버거. 그는 18살인 1944년 징집돼 독일에서 3년간 주둔했다. [인터넷 캡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그래스버거. 그는 18살인 1944년 징집돼 독일에서 3년간 주둔했다. [인터넷 캡처]

그날 이후 그래스버거는 프리스트의 편지를 반듯하게 접어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녔다. 호주머니에 넣거나 휠체어 방석 밑에 두는 등 한시도 몸에서 떼놓지 않았다. 그는 “이 편지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라며 애지중지했다.

기특하고도 친절한 소녀에게 답장도 썼다. “너의 편지를 받고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전쟁은 끔찍한 일이지만, 너와 많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다”고 적은 뒤 프리스트의 학교로 보냈다. 하지만 프리스트가 답장을 제대로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스버거가 프리스틴에게 답장으로 보낸 편지. [인터넷 캡처]

그래스버거가 프리스틴에게 답장으로 보낸 편지. [인터넷 캡처]

편지를 볼 때마다 소녀를 떠올리던 그래스버거는 21살 성인이 됐을 프리스트를 찾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프리스트가 다니던 어빙초등학교는 문을 닫았고, 교육청은 학생의 연락처 정보를 제공하기 꺼려했다. 그래스버거는 매일 밤마다 편지를 펼쳐두고 프리스트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래스버거의 사연은 그 지역 시니어 레지던트의 서비스 이사인 질 파울로스키에게 알려졌다. 파울로스키는 “다른 사람이라면 쉽게 구겨서 버릴 만한 편지를 12년간 애지중지해왔단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며 프리스트를 찾는 일에 적극 나섰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수차례 검색해 프리스트로 보이는 여성을 찾아냈고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프리스트는 낯선 사람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메시지에 언급된 위문편지는 12년 전 프리스트가 보낸 것이 분명했다. 어엿한 여군이 돼 주 방위군으로 복무 중인 프리스트는 자신의 편지를 받았던 참전용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파울로스키에게 즉각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7월말, 그래스버거는 누군가 자신을 인터뷰하러 올 것이란 얘기를 듣고 부인과 함께 기다리는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군복을 입고 붉은 장미 꽃다발을 손에 쥔 프리스트. 그래스버거는 생전 처음 본 얼굴을 단박에 알아보고 “네가 그 소녀구나”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스버거는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프리스트의 편지를, 프리스트는 챙겨온 그래스버거의 답장을 꺼내 서로에게 보여주며 눈물을 쏟았다.

21살 군인이 되어 나타난 프리스트를 그래스버거가 한눈에 알아봤다. 틱톡 캡처

21살 군인이 되어 나타난 프리스트를 그래스버거가 한눈에 알아봤다. 틱톡 캡처

프리스트는 이제 곧 자신의 아들 키로와 함께 그래스버거를 다시 찾아갈 예정이다. 그래스버거는 이 사연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프리스트는 내 셋째 딸이다. 12년을 찾아 헤맸고 이제 그 아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신의 신물이며, 너무도 완벽한 일”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썼던 편지를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 틱톡 캡처

서로에게 썼던 편지를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 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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