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직격인터뷰

16년 與떠나 野 간 오제세 "친문일색, 文정책엔 말도 안꺼내"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00:35

업데이트 2021.09.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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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오제세 전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4선을 하며 16년간 민주당에 몸담았다. 장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오제세 전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4선을 하며 16년간 민주당에 몸담았다. 장진영 기자

 충북 청주 출신인 오제세 전 의원은 2004년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해 17대 총선에서 충북 흥덕갑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지냈다. 같은 충북 출신에다 경기고 동문인 유인태 당시 정무수석이 있던 청와대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20대 총선 경선 때 컷오프되면서 16년간 몸담아온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 지난달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역 정가에선 4선 출신 여당의 중진이 전격적으로 야당에 입당한 게 화제다. 보수당에 입당했지만 정책조정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지낸 오 전 의원이 기초노령연금법, 부자증세를 통한 무상보육 강화 등 민주당식 정책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변신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잖다. 자칫 ‘철새’ 이미지가 붙을 수 있고, 노선도 다른 국민의힘으로 간 이유가 궁금해 오 전 의원에게 물었다.

 -총선 공천 배제 때문에 탈당한 것인가.그렇다면 대선을 앞두고 야당으로 옮겨 나중에 한자리해보겠다는 계산으로 비치지 않겠나.
“지난해 총선 때 당초 민주당은 현역 의원의 경우 모두 경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보좌관 출신이 공천 신청을 하면서 내가 경선에도 못 나갔다. 정치에서 은퇴할 거면 모르지만 잘못된 공천으로 타의에 의해 정치를 그만둘 처지가 된 거다. 당원과 국민을 배제한 공천은 잘못된 것이다. 억울한 것도 있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다시 잡아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옮겼다.”

 -16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다. 함께 한 정당의 정권 재창출에 왜 그토록 반대하나.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이른바 있는 사람들 쪽에 더 지향적이라고 한다면 민주당은 소수, 약자, 없는 사람들, 복지를 챙기는 게 목표인 정당이다. 나도 기초노령연금 통과나 어린이집 국가 예산 지원법을 발의하는 등 열심히 했다. 민주당의 기본 정신이 그런 것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집값이 엄청 뛰어 양극화가 심해졌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도 자영업자와 근로자를 힘들게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무능한 것이 민주당의 가장 큰 잘못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고, 난 바뀐 정부에서 남은 정치의 길을 가고 싶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보나.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사라’고까지 했는데도 사람들이 집을 안 샀다. 정부가 집값을 시장에 맡기면 '혹시 내가 상투를 잡으면 손해가 난다'는 판단 때문에 잘 안 사고 가격도 폭등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선 계속 규제를 하려 드니 팔려는 사람이 없어 매물은 줄고, 어쩌다 매물이 나오면 그냥 사대니까 자꾸 집값이 올랐다. 결국 청와대나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복지부 장관 등 정책 결정자들이 시장을 무시하고 규제 위주의 무지한 정책을 쏟아낸 거다.”

 -4선 출신 중진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왜 경고음이 나오지 않나.

“2017~18년 부동산이 막 오르기 시작했을 때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집값이 올라가기 시작하니 지금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집값은 안 올라간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한 1년 지나니 엄청나게 또 올랐다. 그 이후 정책이 수도 없이 나왔는데, 다 역효과를 냈다. 부동산 정책은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터준 게 당초 잘못이다. 또 현 정부 초기에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췄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집 보유세가 거의 1%인데 부담이 커 고가 주택을 잘 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굉장히 낮아 집 사는데 부담이 적은데, 정권 초기 인상 신호를 주지 않으니 '집 사도 되겠네'가 됐다. 그러다가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막 올려대니 팔지 않고 보유만 늘어났다. 매물을 다 감추게 해 투기가 가능한 이들만 사재기하는 현상을 정부가 자초한 거다. 결국 금리가 올라가면 추후 집값이 내려갈 텐데, 한 채 있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빚내서 산 사람들은 엄청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값 폭등을 경험했는데 왜 시행착오가 반복되나.

“노무현 정부 때 가장 큰 실패가 부동산이어서 그때와 다르게 잘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결론은 민주당이 그때의 실패로부터 배운 게 전혀 없다는 거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는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인정했는데, 이 정부는 사과를 안 하고 무조건 옳다고 우긴다. 내로남불, 자화자찬, 비상식이라고 표현되고 있지 않나. 부동산이나 소득주도 성장 등에 대해 언론에서 수정하라고 얘기해도 마이동풍이지 않나.”

-노무현 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얻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건가.

“노무현 정부 때는 152석이었다가 얼마 안 가 과반이 깨져 상당히 힘을 잃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야당이니까 비판만 하면 됐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뒤 문 대통령이 막강한 힘을 갖고 정책을 주도했다. 국민의힘도 탄핵 이후 정부를 향해 제대로 된 비판을 못 했기 때문에 총선 압승 이후에는 부동산·노동 정책 등이 일방적인 독주로 흘렀다. 그 결과 부동산값 폭등과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정부 부채 증가 등의 위험이 초래됐다. 과거 열린우리당 때는 초선 의원들 목소리가 너무 다양해 ‘108 번뇌’라는 말이 있었다. 지난해 총선 전까지만 해도 친문, 비문으로 나뉘어 당내에 비판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비문들이 다 탈당했다가 많이 낙선해 국회에 못 들어왔다. 중도 비슷한 사람들은 사라지고 '친문 일색'이 된 거다. 친정 체제처럼 되다 보니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관해 당내에서 얘기를 전혀 안 한다. 원전 중단에 대해 송영길 의원이 가동해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했는데, 그게 이의 제기를 한 유일한 사례다.”

-그런 송 의원이 당 대표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선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인데 '비문'으로 분류된다. 당에 남아 이들을 지원할 생각은 없었나.
"그런 생각을 처음엔 하기도 했다. 대선을 치러야 하니까 당 대표 선거도 그렇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전략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송 대표나 이 지사가 있더라도 민주당의 실정에 대해선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이런 정책 실패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은 다 불신한다. 두 당 모두에 대해 잘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지도 않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도 야당이 잘해서 뽑아준 게 아니다. 정치가 제대로 못 하고 있지만, 결국 국회는 여 아니면 야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난 여당이 못했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그래서 야당으로 옮겼다.”

-유권자를 만나봤더니 '그놈이 그놈'이라며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교체든 별 기대가 없는 모습도 보이더라.

"16년간 국회의원을 해보니 우리나라 정치 구조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치의 본산인 국회는 제 역할을 못 하고 거대 관료 집단도 인사권자 눈치를 보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책 결정은 대통령과 소수 참모, 청와대가 한다. 그런데 대통령들은 자기 관심사만 주로 추진하기 때문에 양극화 등 사회 갈등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다. 16년간 정책을 토론하며 국회에서 밤새워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 의원 25명이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각 의원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입법과 예산 심의, 국정감사 등도 상임위에서 몇십분씩 떠드는 것 외에 국정의 중요 과제를 논하는 시간이 없다. 대통령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고, 대통령제를 계속하더라도 국회나 장관들이 국회에서 토론을 활발히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이 인터뷰에는 이소헌 인턴기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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