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실전논술] 아인슈타인이 북한 핵실험을 봤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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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1879~1955.(左))은 1939년 미국 제32대 대통령 루스벨트(1858~1919)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원자폭탄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독일이 미국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아인슈타인은 그러나 1950년 2월 미국 전역에 방영된 TV 연설에서 "핵을 통해 안보를 확립하겠다는 생각은 파멸적인 환상에 불과하다"고 자기 주장을 뒤집었다.

그는 또 5년 뒤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을 통해 "인류라는 생물의 씨앗을 전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는 무엇보다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한 뒤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반핵이 유언이 된 셈이다.

'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아이디오 펴냄)는 아인슈타인과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1856~1939.(右))가 주고받은 편지를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두 사람의 편지 교류는 32년 국제연맹이 아인슈타인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면서 시작됐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에 대해 답을 듣고 싶은 상대가 누구냐는 물음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전쟁'을 중요한 문제로 들었고, 질문에 답해줄 상대로 프로이트를 지목했다.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프로이트에게 "인간이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인간을 증오와 파괴라는 마음의 병에서 시달리게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파괴하고 살해하려는 공격 본능, 즉 타나토스(Thanatos)적 충동이 있다"면서 "전쟁은 바로 타나토스적 충동의 발현"이라고 대답했다.

이단(異端)을 잔혹하게 신문하는 행위에서 보듯 인간은 겉으로 이상을 추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무의식에 파괴 충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파괴적 공격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우므로 그 공격성을 타인에게 발휘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또 다른 편지에서 순진하게도 "모든 나라가 협력해 하나의 기관을 만들어 국가 간 문제에 관한 입법과 사법 권한을 준 뒤 국제적 분쟁이 생기면 이 기관에 해결을 맡기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모든 지식인이 전쟁 반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로이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전쟁을 막으려면 진실을 찾아 노력하는 뛰어난 지도자층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성과 문화를 발전시키면 그만큼 본능적인 욕망에 덜 이끌리게 되므로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간의 전쟁 행위가 곧 파괴적 행동이라면 그 반대의 충동, 즉 에로스(Eros)를 불러일으키면 되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과 마음의 유대감을 만들면 모든 전쟁을 막게 될 것입니다."

초국가적 기관을 주창한 아인슈타인과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방안을 내세운 프로이트. 그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어떤 북핵 해법을 제시할까.

김보일(배문고 교사.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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