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작가 우국원, 아버지의 수묵화를 오마주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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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동양화가인 아버지께 바치는 오마주 전시를 연 우국원은 “이번 작업은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앞으로도 틈틈이 이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좌우 큰 작품이 우국원의 유화 Big Adventure, 193.3x130.3㎝, 2021(왼쪽), Zhangjiajie, 162.2x130.3㎝, 2021(오른쪽). [사진 이시우, 노블레스]

동양화가인 아버지께 바치는 오마주 전시를 연 우국원은 “이번 작업은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앞으로도 틈틈이 이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좌우 큰 작품이 우국원의 유화 Big Adventure, 193.3x130.3㎝, 2021(왼쪽), Zhangjiajie, 162.2x130.3㎝, 2021(오른쪽). [사진 이시우, 노블레스]

미술계 블루칩 작가로 떠오른 우국원(45). 작품은 전시 때마다 ‘완판’ 행진이고, 내로라하는 갤러리는 그의 전시를 유치하려 애쓴다. 신드롬급이다. 지난달 24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그의 작품은 1억원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다들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당시 서울옥션에서 시작가 3000만원이었던 작품은 1억200만원에, 이튿날 열린 케이옥션에서는 두 작품이 각각 9500만원, 1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일본 최대 서점인 쓰타야를 운영하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앞서 2018~19년 일본 도쿄 아트페어에서 그의 작품 2점을 샀다. 당시 마스다 회장은 “작가의 에너지가 마음에 든다. 바스키아 못지않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손예진, 조윤희 등 연예인들이 소장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울 선릉로 노블레스 컬렉션에선 우국원의 개인전 ‘I’m Your Father’가 열리고 있다. 동양화가인 부친 백초(白楚) 우재경(84) 화백의 작품 8점과 함께 아버지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 8점, 주제작 1점 등을 나란히 선보인다. 우국원의 작품 9점은 전시 개막 전에 다 팔렸다.

우국원

우국원

서로 재료와 표현법이 다른 부자(父子)의 그림은 한 전시장 안에서 묘한 대비로 공명(共鳴)한다. 동양화가 아버지가 그린 겨울 산의 설경이 고즈넉하다면, 아들의 그림은 동화 속 눈 내린 풍경처럼 정겹고 포근하다. 동양화 화폭에 없던 귀여운 동화·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아들의 캔버스 안에서 밝은 색감,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를 그린 그림도 강렬하게 대비된다. 아버지가 오로지 먹 하나로 장자제를 웅장하게 표현했다면 아들의 화폭엔 노랑·오렌지·보라·검정과 금빛 등 다채로운 색감이 눈부시다. 아들은 또 위엄이 느껴지는 풍광 안에 날개를 활짝 펴고 하강하는 날다람쥐 세 마리를 그려 넣었다.

우 작가는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아버지와 무언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존경심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그림을 막연히 아름답다고만 여겨왔는데 이번에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아버지의 내공에 다시 놀랐다. 제 그림은 아버지가 내신 깊은 소리에 넣은 추임새 같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표현한 동양화의 미(美)를 유화로 어떻게 옮길까. 내 색깔을 어떻게 보여줄까. 우국원은 “아버지 그림 앞에서 고민한 것은 이 두 가지였다. 아버지 그림의 도상을 무너뜨리지 않은 선에서 나만의 특징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친 백초(白楚) 우재경 화백의 수묵화다. [사진 이시우, 노블레스]

부친 백초(白楚) 우재경 화백의 수묵화다. [사진 이시우, 노블레스]

전시를 기획한 박수전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팀장은 “작가의 기존 작품을 아는 이들에겐 생경해 보일 만큼 이번 신작의 변화가 파격적”이라며 “동화적 캐릭터들이 전체 풍경의 한 요소로 작게 녹아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동물과 사람이 귀여운 캐릭터로 함께 등장하고, 정전기가 일어난 듯한 화면의 독특한 질감은 이번에도 그대로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우국원 작품의 매력은 동화적인 상상력, 친근한 캐릭터,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써넣은 은유적인 텍스트, 자유로운 붓 터치 등을 꼽을 수 있다”며 “그 무엇보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독특한 색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국원은 2009년 첫 개인전 때부터 주목받았다. 절대 벼락스타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국원은 국내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200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2008년 귀국해 아버지에게 미술가로 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너의 목숨을 걸고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우국원은 “아버지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평생 그림만 그려오신 분”이라며 “매일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림은 죽을 때까지 연습해야 함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달아오른 현상을 어떻게 볼까. 우국원은 “기이한 현상이고, 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저는 제 작업을 이어갈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재경 화백은 “내가 바라는 건 아들이 마음껏 완전한 자기 창작을 하는 것”이라며 “비싸게 팔리느냐가 예술의 목표는 아니다. 한창 작업할 시기 작품가가 오르는 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심안(心眼)을 넘어 영안(靈眼)이 있는 창작을 계속하려면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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