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인권 침해” 결론에도 끝나지 않은 갈등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7:53

업데이트 2021.09.15 18:10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청소 미화원 사망 사건에 대한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유족 측은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 미화원이 숨지면서 촉발된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유족 측이 제기한 8개의 인권침해 의심 사안 중 2개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해 발표했다. ‘회의 참석 시 정장 등 착용을 요구한 행위’와 ‘시험을 시행한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이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의뢰로 서울대 인권센터는 중간 관리자인 배모 팀장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사건과 관계없는 학내ㆍ외 전문가 9명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회의를 개최하고 결정을 내렸다.

인권침해 인정은 8건 중 2건

서울대 기숙사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2층에 자리한 휴게실. ‘직원 휴게실’이라고 적힌 철문을 열자 정면에 황토색 장판과 그 위에 깔려진 분홍색 매트 그리고 빨래 건조대와 각종 박스들이 보였다. 미화원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빨래 등을 널어놓는 다용도실이었다. 그 오른편에 또 다른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휴게 공간이 나왔다. 정희윤 기자

서울대 기숙사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2층에 자리한 휴게실. ‘직원 휴게실’이라고 적힌 철문을 열자 정면에 황토색 장판과 그 위에 깔려진 분홍색 매트 그리고 빨래 건조대와 각종 박스들이 보였다. 미화원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빨래 등을 널어놓는 다용도실이었다. 그 오른편에 또 다른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휴게 공간이 나왔다. 정희윤 기자

인권센터는 결정문에서 “정장 등 착용을 요구한 행위는 피조사자의 의도를 불문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써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배 팀장은 “일주일에 한 번은 멋진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를 마치고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의도였다”고 진술했다. 시험 실시에 대해서는 “업무 교육이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직원들에게 시험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은 사항까지 포함돼 있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고인의 업무량 및 근무환경, 임금 삭감 위협 여부, 근무성적 평가서 작성 지시, 청소 검열, 점심시간 점검 등 5가지 사안은 인권침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점심시간 점검은 인권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됐다. 미화팀 직원에게 반성문 작성을 요구한 행위는 해당 직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종결했다고 한다.

유족과 민주노총 측은 조사에 불응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행정관에서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조합원 및 청소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행정관에서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조합원 및 청소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의 유족, 민주노총 관계자 등은 인권센터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인권센터는 수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들을 포함해 고인의 동료 중 일부는 불응 의사를 표시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결정문에 밝혔다. 이에 인권센터는 기존 민주노총 기자회견 보도자료, 학생단체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에서 제출한 의견서 그리고 기타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7월 민주노총 측은 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 간담회에서 “학교 측 조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유족 “바람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

고인의 남편 이모씨는 “결과를 보고 인권센터도 결국 서울대의 부속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람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씨는 “인권센터 조사에서 (서울대 교직원들의) 2차 가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조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2차 가해 부분에 대해서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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