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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역대 최저라고? 20대·60대는 공공 알바, 30대는 취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의 한 대학을 졸업한 이모(28)씨는 다음 달 서울로 올라간다. 노량진에 있는 소방 공무원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다. 취업이 어려워 소방 공무원으로 눈을 돌렸고 공부를 한 지는 올해로 2년째다. 이씨는 “고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험 준비를 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부모님께 1년만 도와달라 부탁을 했고 허락을 최근 받았다.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뉴스1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뉴스1

주변을 둘러보면 일자리가 없어 힘들다는 사람 투성이다. 그런데 고용 지표는 거꾸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희망적인 숫자가 가득하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0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51만8000명 늘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 속에서도 일자리는 5개월 연속 50만 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실업률은 2.6%에 불과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가장 낮았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2.8%로 월별 상관 없이 역대 최저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 대로라면 한국의 일자리 경기는 더 없는 활황이어야 맞다. 고용 통계 따로, 체감 경기 따로인 이유가 있다. 비교 대상이 되는 지난해 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워낙 나빴고,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어 ‘단기 알바’를 대량으로 공급한 데 따른 착시 효과도 컸다.

연령대별 취업자 통계에서 극명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60세 이상이다. 전년 대비 37만7000명 늘었는데,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72.8%를 차지했다. 최근 1년 사이 새로 생긴 일자리 셋 중 둘은 노인 대상이었다는 의미다.

고령층 다음으로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많이 늘었는데(전년 대비 14만3000명) 비슷한 이유다. 정부가 청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공공 일자리를 집중 공급하면서 이들 연령대 고용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취업자 증가폭 넉 달째 둔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취업자 증가폭 넉 달째 둔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 연령대를 통 틀어 30대(-8만8000명)만 취업자 수가 줄었다. 40대는 1만1000명 증가에 그쳤다. 정부 공공 근로가 20대 청년층, 50대 이상 고령층을 주 대상으로 한 탓에 이들 연령대의 일자리 공백이 두드러졌다.

특히 직장을 잡지 못한 30대는 취업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30대만 가사ㆍ육아ㆍ학업 같은 이유 없이 ‘그냥 쉰다(쉬었음)’고 답한 사람이 1년 사이 1만9000명 늘었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엔 잡히지 않는다.

취업 시간대별 통계를 봐도 ‘무늬만 고용 회복’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달 주당 일하는 시간이 36시간도 안 되는 단기 취업자 수는 105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412만6000명(64.5%) 급증했다. 이 가운데 취업 시간이 주당 1~14시간에 불과한 초단기 근무자도 7.4% 늘었다. 반면 정규 일자리 비중이 큰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7.1% 감소했다. 조사 대상 기간 대체 공휴일(8월 16일) 있었던 영향을 고려해도 과도한 수치다. 정부가 제공하는 질 낮은 단기 알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일자리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난 2월 이후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취업자 수는 코로나 발생 이전 고점(지난해 2월)의 99.6%로, 방역 위기 이전 수준에 한발짝 더 근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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