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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여행요? 무엇을 보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죠”

중앙일보

입력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의 임수열 대표. [사진 프립]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의 임수열 대표. [사진 프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상을 확 바꿨다. 무엇보다 전염병이라는 팬데믹(대공황)을 겪으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여행의 틀도 바꾸고 있다. 해외나 유명한 관광지같이 집에서 먼 곳에 가는 것을 여행이라고 여겼다면 최근엔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여행하는 기분이 느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 창업자 임수열 대표 인터뷰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Frip)을 만든 프렌트립의 임수열 대표(35)가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느냐(seeing)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doing)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프렌트립 사옥에서 만난 임 대표는 “서핑‧등산‧캠핑같이 야외 활동뿐 아니라 베이킹이나 비즈 공예 같은 실내 여가 활동이 늘고 있다”며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첫발을 내디딘 프립은 여가 액티비티의 ‘에어비앤비’로 불린다. 운영 방식이 비슷하다. 에어비앤비가 집을 공유한다면 프립은 경험을 공유한다. 내가 관심 있는 여가 액티비티와 관련된 계획을 세우고 프립에서 참여자를 찾는다. 해당 액티비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비를 내고 모이면 함께 계획에 맞춰 여가 액티비티를 즐긴다.

예컨대 서핑을 배우고 싶은 A씨가 서핑을 배울 장소와 강사, 교통편 등 계획을 세운다. 이 액티비티 참가비를 5만원으로 정하고 프립에 올리면 해당 계획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5만원을 결제하고 참여하는 식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공예품을 만들거나 등산, 다이빙, 서핑, 베이킹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임 대표는 “내가 여가 액티비티 상품을 제공하는 호스트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세운 계획을 따르는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은 서핑, 베이킹, 드로잉, 등산 등 다양한 여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한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은 서핑, 베이킹, 드로잉, 등산 등 다양한 여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한다.

프립은 현재 이용자가 110만명(지난달 말 기준)이다. 한 번이라도 프립의 여가 액티비티 상품을 이용한 사람들 숫자다. 눈에 띄는 것은 10명 중 9명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는 점이다. 20대가 41%, 30대가 48%다. 40대 이상이 10%를 차지한다. 특히 MZ세대 중에서도 사회 초년생인 25~34세가 70%를 차지한다. 임 대표는 “취업에 성공해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초년생이 퇴근 이후 시간이나 주말, 휴일을 적극적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임 대표의 여가 액티비티에 대한 관심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임 대표는 “재학 중인 친구나 취업한 선배들을 보면 일(공부)하지 않는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삶의 질이 낮았다”며 “이 문제는 개인이 돈을 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솔루션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재학 중 한 온라인 카페에 ‘이번 주말에 삼척으로 스노클링 하러 갈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40명이 모였다. 임 대표는 “여가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불과 7~8년 전이지만, 여가라고 해봐야 술 마시고 게임을 하고 영화 보는 것 외에 마땅한 게 없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의 임수열 대표가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프립]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의 임수열 대표가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프립]

임 대표는 여가 액티비티에 대한 욕구를 MZ세대의 특징으로 본다. 임 대표는 “나도 MZ세대지만, 동호회나 사우회 활동은 사회활동의 연속이지 여가로 보지 않는다”며 “MZ세대는 개인적이면서도 표현이나 소통 욕구가 강한 만큼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을 공유하며 이런 욕구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임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흐름이다. 임 대표는 “코로나19가 진정돼도 당분간 해외여행은 쉽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건강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며 “굳이 시간을 내서 먼 곳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여행의 즐거움을 즐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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