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난감 아니다" 日 초6 극단선택 부른 '태블릿 이지메' 충격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2:05

업데이트 2021.09.14 12:15

학교에서 '이지메(왕따·집단 괴롭힘)'를 당한 일본 도쿄(東京)도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나는 너희의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학교가 원격 수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학교에서 배포한 원격수업용 태블릿을 이용해 집단 괴롭힘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일본 학교의 집단괴롭힘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상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일본 학교의 집단괴롭힘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상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14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같은 반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한 후 숨진 도쿄도 마치다(町田)시 시립초등학교 여학생 A양의 부모가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딸이 사망한 후에도 학교와 시 교육위원회는 충분한 설명 없이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독립성이 높은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조사에 따르면 A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9월 초 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친구 관계에 고민이 있다"고 적은 후, 11월 30일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방에서 숨졌다. 유서에는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나는 너희들의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가해 학생들의 괴롭힘은 주로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위해 배포한 태블릿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총 4명의 학생이 수업 중 태블릿의 채팅 기능을 이용해 피해 학생에게 "징그럽다" "죽어버려" 등의 욕설을 지속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 따르면 왕따는 4학년 무렵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A를) 죽이는 방법' 등의 제목을 단 그림이 그려진 노트 등도 발견됐다.

학교에 못 가도 계속되는 괴롭힘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추진하는 'GIGA(기가) 스쿨 구상'에 의해 학생들에게 배포한 태블릿이 집단 괴롭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조치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올해 3월 말까지 전국의 모든 초·중학생들에게 1인당 1대의 태블릿 지급을 완료한 상태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단말기를 학습과 관계없는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각 학교에 지시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단말기가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숨진 A양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도 교사의 눈을 피해 학생들끼리 채팅 기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학교 내 집단 괴롭힘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일본 전국 초중고 학교의 이지메 건수는 총 61만 2496건으로, 1년 사이 6만 8563건이나 늘어나 역대 최다였다. 2020년 초중고생 자살자 수도 집계가 시작된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499명에 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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