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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 시민 단체 ATM기 전락…10년간 1조 지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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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년간 추진된 시민단체 보조금·위탁사업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이 결국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면서다. 최근 이들 사업 전반에 대해 서울시가 강도높은 감사에 나선 걸 두고 ‘박원순 지우기’라는 반발이 나오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13일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무려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며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는 표현도 썼다.

사업을 하나하나 꼽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해서는 “인건비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자치구별로 설치된 주민자치사업단 단장의 인건비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청년사업과 관련해선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 해당 사업 부서장으로 와 노골적으로 특정 시민단체에 지원을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향후 서울시의 시민단체 관련 사업은 대대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사업 규모가 대거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사업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베란다형 태양광과 한강 노들섬, 사회주택, 마을공동체, 플랫폼창동61, 무중력지대 등의 사업이 서울시 감사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은 ‘박원순 지우기’라는 지적에 대해 “혈세를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라며 “이것이 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이 비판한 시민단체 관련 사업을 내년도 예산에서 빼거나 줄이려면 당장 시의회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110석 중 101석)한 시의회는 오 시장의 취임 직후부터 ‘전임 시장 흠집내기에 나서지 말라’며 견제해 왔다. 한 서울시의원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오 시장이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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