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가을이 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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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2일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는 이영하. 김민규 기자

12일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는 이영하. 김민규 기자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이영하(24)가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후 기사회생했다.

이영하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1·2차전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에서는 7-5로 앞선 6회 초 1사 1루에서 1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 8-5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열린 2차전에서는 4-4로 맞선 6회 초 2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또 8-5 승리에 기여했다.

더블헤더 2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된 것은 KBO리그 역사상 6번째 기록이다. 이영하는 “하루에 2경기를 나가는 게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은 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프로 입단 5년째인 이영하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까지 선발로 뛰었는데 10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다. 지난 4월 개막부터 줄곧 내림세였다. 시즌 초 2군에 내려가 재정비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한 달이나 쉬고 나온 후반기에도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

뛰어난 체격(키 1m92㎝)과 강속구를 갖춘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둔 특급 유망주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기용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또 무너지자 1군에서 제외했다.

이영하를 마냥 2군에 둘 수는 없었다. 두산 불펜에는 홍건희, 김강률 등을 제외하면 믿음직스러운 투수가 없다. 김 감독은 “이영하는 변화구 제구가 안 되고 있다. 그래도 공에 힘이 있어서 1~2이닝을 던지는 중간 계투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영하는 지난 8일 1군에 올라왔다. 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불펜 등판했다. 6-1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올라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태군을 시속 149㎞에 달하는 직구로 뜬공 처리했다. 그러나 박준영에게 볼넷, 김주원에게 2루타를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영하의 직구는 통할 거라고 믿었다. 12일 LG와 더블헤더가 분수령이었다. 더블헤더 1차전 6회 초 1사 주자 1루에서 이영하는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이재원을 우익수 뜬공,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6회 초 2사 3루에서 홍창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모두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가 결정구였다. 이영하는 “선발로 던지며 성적이 좋지 않아서 쫓기는 기분이었다.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불펜에서 뛸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짧은 이닝을 던지니 더 낫다”고 말했다.

이영하가 호투하면서 두산은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2일 LG전까지 7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했다. 공동 5위인 NC와 SSG 랜더스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만큼 저력이 있는 팀이다. 올 시즌 내내 중위권에 머물다가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불펜에서 살아난 이영하가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그는 “몇 이닝이든 맡겠다. 올해 내 잘못이 크다. 다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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