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美가서 백신맞았는데 안된다?" 해외접종자 폭발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6:58

업데이트 2021.09.13 17:18

지난달 귀국한 유학생 이모(26)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다 포기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한국에선 이에 대한 입증이 어려웠다. 식당·카페 등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앱 ‘쿠브’(COOV·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를 켰더니 ‘발급 가능한 증명서가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이씨는 “(공항에서) 격리 면제는 해주면서 접종 증명서 발급은 안 된다니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책이 교포 등 해외 접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완화책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사적 모임 기준 예외 적용 인원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씨처럼 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온 이들은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접종 이력은 우리 방역당국이 조회하기 어려워 실제로 백신을 맞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29일 인천공항 입국장.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인천공항 입국장. 연합뉴스

명절 기다려온 교민들 “추석인데 허탈”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재외국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재외국민을 위한 방역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채 입국 문턱만 낮추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해외 접종 완료자에게 입국 시 2주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주미(美)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 업무를 시작한 첫날에만 미국 전역에서 5000여 건의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지난달 귀국한 원모(52)씨는 “추석을 앞두고 방역수칙이 좀 풀렸다는 뉴스를 봤는데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우리 가족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만 기다려온 교민 입장에선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에는 ‘국외 접종자는 왜 COOV 발급대상이 아닙니까?’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사비로 뉴욕까지 가서 백신을 맞았는데 국내에선 미접종자로 취급받고, 국내 백신 접종은 대상이 아니라 예약 불가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외접종자는 왜 COOV 발급 대상이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외접종자는 왜 COOV 발급 대상이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재외국민 268만명…외교부도 접종 현황 모른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갖고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268만여 명(2018년 12월 기준)이다. 이들 중 백신을 맞았는데 증명할 방법이 없어 곤경에 처한 이의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달 외교부는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실에 낸 서면답변을 통해 “재외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주재국 방역당국 주관 하에 이뤄지고 있어 재외공관에서 우리 국민의 접종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양해 바람”이라고 밝혔다.

“상호 인증 속도 내겠다”더니 넉 달째 “협의 중”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도입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품당 프리미엄에서 직원들이 6인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도입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품당 프리미엄에서 직원들이 6인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맞았어도 증명서를 통해 접종 이력을 인정해주는 국가 간 상호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백신여권’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7개국은 지난 7월부터 백신 접종 이력, PCR검사 결과 등이 포함된 단일 형태의 백신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5월 “접종 완료자 상호 인증을 위해 국가 간 협약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넉 달째 진전된 방안을 내지 못한 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태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이증명서 뿐만이 아니라 전자증명서의 상호 인증에 대한 부분을 포함해 국가 간 예방접종력 인증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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