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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베니스 최고상 수상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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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11일간의 여정을 마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 전 레드카펫에서 올해 공식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왼쪽 네 번째)과 심사위원들이 다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봉 감독은 지난 1일 개막식 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영화는 계속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EPA=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11일간의 여정을 마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 전 레드카펫에서 올해 공식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왼쪽 네 번째)과 심사위원들이 다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봉 감독은 지난 1일 개막식 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영화는 계속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EPA=연합뉴스]

프랑스 감독 오드리 디완의 ‘레벤망(L'Événement)’이 11일(현지 시간)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은 수상작으로 ‘레벤망’의 영어 제목 ‘해프닝(Happening)’을 외치며 “We jury members really love this film(심사위원들이 정말 이 영화를 사랑한다)”고 만장일치 결정임을 밝혔다.
이날 봉 감독은 특유의 한국말 농담 없이 수상 명단 전체를 영어로 호명했다.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지만, 첫 호명한 아역배우상 때부터 “So Cute(귀엽다)” “브라보” 등 추임새를 넣으며 긴장을 풀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 수상자 소렌티노 감독에겐 “Congratulazioni”라고 이탈리아말로 축하를 건넸다

'레벤느망'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프랑스 감독 오드리 디완이 폐막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렸다. [AP=연합뉴스]

'레벤느망'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프랑스 감독 오드리 디완이 폐막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렸다. [AP=연합뉴스]

‘레벤망’은 1963년 원치 않은 임신을 한 프랑스 대학생이 낙태를 결심하는 고난의 과정을 그렸다. 직접 각본을 쓴 디완 감독은 감격의 눈물과 함께 황금사자상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나는 분노와 갈망, 내 배, 내 배짱, 내 마음과 내 머리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칸‧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오래된 베니스에서 최고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이로써 '독일 자매'(1981)의 마가레테 폰 트로타, ‘썸웨어’(2010)의 소피아 코폴라 등 6명이 됐다.

11일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 #오드리 디완 '레벤망' 황금사자상 #2년 연속 여성 감독 작품에 최고상 #심사위원장 봉준호 "만장일치" #감독상에는 거장 제인 캠피온

감독상 캠피온 "봉, 클로이가 영화 기준 높였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더 파워 오브 더 독'으로 두 번째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제인 캠피온 감독은 '더 파워 오브 더 독'으로 두 번째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21편이 겨룬 공식 경쟁 부문은 여성 감독과 여성 주인공이 강세였다. 황금사자상에 이어 감독상·각본상도 여성에게 돌아갔다.
뉴질랜드 거장 제인 캠피온 감독은 데이비드 컴버배치 주연의 ‘더 파워 오브 더 독’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내 책상 위의 천사’(1990)로 은사자상-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뒤 31년만의 본상 수상이다. 예순일곱 백발의 캠피온 감독은 심사위원들을 향해 “봉(준호), 클로이(자오) 당신들은 내게 있어 영화의 기준을 매우, 매우 높이도록 만들었다”고 감사했다. 지난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자오 감독도 올해 심사위원을 맡았다.
할리우드 배우 매기 질렌할은 첫 장편 연출작 ‘더 로스트 도터’로 각본상을 안았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동명 소설이 토대로,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맨이 주연을 맡았다. 볼피컵-여우주연상은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받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패러렐 마더스’에서 나이 어린 임산부와 우정을 쌓는 중년의 임산부를 연기했다.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더 핸드 오브 갓'은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축구 스타 마라도나의 별명 ‘신의 손’에서 제목을 따서 자신의 유년기를 그린 영화다. 필리포 스코티의 아역 배우상까지 2관왕에 올랐다. 필리핀 에릭 마티 감독의 정치 실화 바탕 영화 ‘온 더 잡: 미싱 8’은 볼피컵-남우주연상을 받았다.

女수상 강세…봉준호 "영화의 아름다움, 동시대성에 집중"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임산부를 연기한 '페러렐 마더스'로 볼피컵-여우주연상을 받고 트로피에 진한 키스를 남겼다. 객석에서 배우인 남편 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했다.[EPA=연합뉴스]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임산부를 연기한 '페러렐 마더스'로 볼피컵-여우주연상을 받고 트로피에 진한 키스를 남겼다. 객석에서 배우인 남편 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했다.[EPA=연합뉴스]

올해 공식 경쟁 심사위원은 7명 중 4명이 여성. 폐막식에 이후 간담회에서 이런 성별 구성이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이 나오자 봉 감독은 “우리는 일단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과 현시대‧동시대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가에 집중했다”면서 “수상자 리스트를 보면 많은 피메일(female‧여성) 필름 메이커들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기쁜 일”이라고 한국말로 답했다. 9일간 21편의 영화를 본 심사 과정에 대해서는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며 “행복한 고민이랄까. 상의 숫자가 많았다면 더 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 방역 속 할리우드 스타들 총출동 

미국 배우 매기 질렌할(오른쪽)은 첫 장편 연출작 '더 로스트 도터'로 은사자상-각본상을 받았다. 질렌할은 수상 소감에서 “(원작 소설을 읽고) 고등학교 때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노’를 봤을 때랑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서 “작가로서의 내 삶과 내 영화는 여기 이 극장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배우 매기 질렌할(오른쪽)은 첫 장편 연출작 '더 로스트 도터'로 은사자상-각본상을 받았다. 질렌할은 수상 소감에서 “(원작 소설을 읽고) 고등학교 때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노’를 봤을 때랑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서 “작가로서의 내 삶과 내 영화는 여기 이 극장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엄격한 방역 수칙을 전제로 대면 개최됐다. 지난해는 수상자들조차 영상 소감을 전한 것과 달리 올해는 리들리 스콧 감독을 비롯해 배우 티모시 샬라메, 크리스틴 스튜어트,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이 공식 경쟁 부문,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이 VR 부문에 초청됐지만 모두 수상은 불발됐다.

(왼쪽부터) 배우 벤 에플렉이 18년만에 재결합한 연인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자신이 맷 데이먼과 공동 각본을 쓴 영화 '라스트 듀얼' 베니스 첫 상영 레드카펫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왼쪽부터) 배우 벤 에플렉이 18년만에 재결합한 연인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자신이 맷 데이먼과 공동 각본을 쓴 영화 '라스트 듀얼' 베니스 첫 상영 레드카펫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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