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尹때리는 홍준표 "與의 공범 프레임에 넘어가면 바보"

중앙일보

입력 2021.09.12 14:23

업데이트 2021.09.12 15:4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주자가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 의혹 등을 제기하며 역공하거나 공동 대응을 강조하지만, 윤 전 총장과 2강을 다투는 홍준표 의원은 나 홀로 ‘윤석열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분향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분향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홍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당을 공범으로 엮으려고 짜는 프레임에 넘어가면 바보같은 짓”이라며 “제 문제도, 당 문제도 아닌 후보 개인(윤 전 총장) 문제에 당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후보 개인이야 훌쩍 떠나면 그만이지만, 당은 중차대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팩트가 있다면 경위가 어찌됐든 그건 정치 공작이 아닌 범죄”라며 “당은 소도(蘇塗)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도는 삼한시대의 성지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라도 소도 안으로 도망치면 건드리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을 범죄자에 비유한 셈이다.

홍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외에도 윤 전 총장을 매일같이 비판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입당할 때부터 당 대표와 갈등이 있고, 의원을 줄 세우는 구태정치로 말이 많더니 토론을 회피하고 경선 룰 시비로 헛된 갈등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이 큰 피해를 보게 생겼는데 당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헤쳐나가라. 그게 사나이 대장부”라고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왼쪽),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왼쪽),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 의원은 최근 각종 야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이 타격을 받을수록 홍 의원의 경선 승리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라며 “한 손으론 윤 전 총장을 때리고, 다른 손으론 여당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본선 주자는 나’라는 분위기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이 지사 측과도 강도 높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날 전용기 이재명 캠프 대변인이 홍 의원의 ‘돼지 발정제 논란’을 거론하며 “성폭행 자백범”이라고 칭하면서 싸움이 불붙었다. 홍 의원은 전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가 이날 오전 “고소·고발로 응징하기보다는 국민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모욕도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때린 유승민, 최재형 “尹은 동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김 의원이 사무실 앞에 잠시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김 의원이 사무실 앞에 잠시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 전 총장 독주 국면 때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견제 스크럼을 짰던 국민의힘 다른 주자들은 윤 전 총장 방어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났다고 한다”며 “국정원장이 사건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불법으로 공수처는 박 원장을 즉각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측근인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나선 데 대해선 “야당 의원에게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지”라고 엄호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김 의원실 압수수색은 정치 압박”이라며 “윤 전 총장이 여러 가지 상황에 힘드실 텐데,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홍 의원을 저격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다른 후보의 위기가 나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정권 교체의 원팀이다. 한쪽이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