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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메시지 미리 알린 왕이, 베트남서 “역외 세력 공동 저지”

중앙일보

입력

1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하노이를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의 예방을 받고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하노이를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의 예방을 받고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4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트남에서 미국을 겨냥해 “역외 세력의 간여(개입)와 도발을 공동으로 경계하고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하노이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와 함께 개최한 중국-베트남 양자 협력 지도위원회 13차 회의에서다. 왕 부장은 11일에는 팜 민 찐 총리를 만나 “외부 세력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모독과 공격을 손잡고 저지하자”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300만 회분의 추가 제공을 약속했다.

왕이 부장은 하노이에서 이틀간 카운터파트인 부이 탄 선 외교부장,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는 물론 총리·부총리까지 당정 수뇌부와 두루 대면 회의를 갖고 “외부 세력의 도발·간여·모독·공격”이란 강도 높은 용어를 사용해 미국을 견제했다. 베트남은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왕이를 만나지 않아 외교 의전의 격을 맞추려 했다.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오른쪽)가 11일 하노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을 만나 함께 손을 흔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오른쪽)가 11일 하노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을 만나 함께 손을 흔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왕이, 남중국해 놓곤 “일방적 행동 말자”

베트남에서 왕이 부장의 메시지는 한국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예고편이다. 왕이 부장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동결론’을 내놨다. 왕이 부장은 “현재 남중국해에서 힘들게 맞이한 평화와 안정을 소중히 여겨 해상 문제를 양국 관계의 ‘적당한 위치’에 두어,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분쟁을 확대하는 일방적 행동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중국과 베트남 양국 국민이 갈등을 잘 통제하고 협력 국면을 계속 충실하게 넓힐 지혜와 능력을 갖췄다는 긍정적 신호를 발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이 최근 K팝 팬클럽 단속으로 촉발된 제2의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논란에도 비슷한 논리를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왕이 부장이 베트남에 ‘외세 공동 배격’을 설득한 이유는 베트남의 외교 다변화 정책 때문이다. 베트남은 한때 주적이었던 미국과 실리 외교, 영국·일본과는 안보 협력으로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은 11일 밤 기시 노부노(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하노이에서 회담을 갖고 일본산 함정 도입을 위해 방위 장비품목·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했다. 기시 방위상은 회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발한 활동과 특히 지난 2월 중국이 해양경찰을 준군사조직으로 바꾼 해경법 개정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실상 중국을 향한 베트남·일본의 공동 견제구다.

영·미 국방, 해리스 부통령 베트남 연쇄 구애

베트남은 최근 영국·미국·일본의 국방 수뇌부도 받았다. 지난 7월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방문해 양국간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고, 곧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방문해 항행의 자유의 중요성에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8월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100만 회분을 제공했다.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베트남 외교에 대해 쉬루이린(許瑞麟) 싱가포르 남양이공대 국방전략연구소 교수는 “베트남은 공개적으로 미국 등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비교적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며 “강대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이 자기편에 설 것을 기대하지 않는 대신 적어도 너무 멀리 벗어가지 않길 원한다”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베트남 총서기 “동지에 형제 더한 관계”

단 베트남은 왕이 부장에게 립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응우옌 푸 쫑 총서기는 11일 왕이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는 동지에 형제를 더한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라며 “베트남과 중국 두 나라는 사회주의의 길,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상과 신념을 견지할 것임을 시진핑 총서기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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