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불과 1주일 앞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워싱턴 방문에 담긴 뜻은 뭘까.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오는 23~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선거(29일) 불출마를 밝히고 오는 30일 퇴임하겠다고 밝힌 스가 총리는 당초 영상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외교실적 절박한 바이든
아사히신문은 “(떠나는 총리가) 과연 알맹이 있는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도 “코로나에 전념하겠다고 총리를 그만둔 상황에서 미국 등과 어떤 미래의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일 정부는 “미국에서 강력하게 스가 참석을 원하고 있다”며 “일본 외교는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퇴진 직전의 총리가 참석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퇴임 1주 전의 극히 이례적인 외유를 놓고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참석을 강력히 요구한 배경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이든 입장에선 쿼드의 네 정상이 나란히 참석한 모습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과시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다. 더구나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회담을 하기 전 '대 중국 포위망'의 강력함을 내비칠 필요도 있다. 쿼드는 바이든 취임 후로는 지난 3월 영상으로 열린 게 유일하다.
'포스트 아베-스가'에 간접 메시지
다만, 바이든이 '결례'를 무릅쓰고 스가에 참석을 요청한 것은 차기 일본 정권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계승한 스가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거론하는 등 미국으로선 대단히 든든한 존재였다"며 "차기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규제개혁상 모두 외상을 경험하긴 했지만 아소-스가 라인과는 다른 성격인 만큼, 다음 정권에 '쿼드' 를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상징적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작별 만찬'을 위한 초청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고노 개혁상은 스가 총리와 매우 가깝다. 고노는 이날 ^현실적 에너지 정책 ^새로운 시대의 헌법개정 등을 중심으로 한 정책집을 발표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일 언론들은 "바이든과 스가의 단독 일·미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