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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메디톡스, 美 진출 청신호…보톡스 시장 격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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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볼루스가 미국증권위원회에 제출한 소유권변경진술서. [사진 에볼루스]

에볼루스가 미국증권위원회에 제출한 소유권변경진술서. [사진 에볼루스]

국내 바이오 업체인 메디톡스가 미국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유통업체인 에볼루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과 그 반대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미용용 보톡스 기업 에볼루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소유권 변경 진술서’에 따르면, 알페온1은 지난 2일 나스닥 시장에서 에볼루스 보통주(259만7475주)를 주당 9.5달러에 매각했다. 이번 지분 매각 전까지 알페온1은 에볼루스의 지분 1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블록딜 이후 지분율이 11.1%로 줄어들면서 메디톡스(13.7%)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11~27일 에볼루스 주식 70만1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메디톡스 70만주 매수…알페온1 260만주 매각

메디톡스, 엘러간과 함께 3자 합의안을 발표한 에볼루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의 미국 판매권을 가진 기업이다. [사진 에볼루스]

메디톡스, 엘러간과 함께 3자 합의안을 발표한 에볼루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의 미국 판매권을 가진 기업이다. [사진 에볼루스]

관심은 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출 여부에 쏠린다. 미국은 전 세계 보톡스 제품의 60%가량이 팔리는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3조3000억원·2018년 기준)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보톡스 시장 특성상, 에볼루스 최대주주 등극을 계기로 메디톡스 제품이 미국서 팔린다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서 1%의 시장만 점유한다고 가정해도, 지난해 메디톡스 연매출(1408억원)의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엘러간과 39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9년여간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톡스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돈을 지불하고 제품 판매 권리를 가져갔는데 이례적으로 장기간 제품을 판매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제품이 미국 현지 임상3상을 진행하며 투약까지 완료했지만 미국 시판허가가 지연되면서 의구심이 생겼던 상황이었다”며 “제약업계에선 이를 두고 ‘경쟁사(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전략적 라이선스 계약’이란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 대웅제약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에볼루스는 이보다 짧은 시간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같은 해 5월 미국 시장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캐나다에서도 마케팅을 시작했고, 유럽연합(EU) 등 30여 개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메디톡스는 8일 ‘엘러간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한다’고 공시한 데 이어 엘러간 경쟁사인 에볼루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메디톡스의 미국 판매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최대주주 변경을 계기로 에볼루스는 미국 현지에서 메디톡스의 현지 유통을 담당하는 파트너사가 될 전망”이라며 “메디톡스가 자체 인허가를 진행한 뒤 이미 미국 내 유통망을 확보한 에볼루스를 통해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메디톡스가 FDA에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 시장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메디톡스가 액상형 보톡스 품목허가 진행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적이 있어서다. 대웅제약은 이를 근거로 지난 5월 미국 FDA에 자료 조작 가능성을 조사해달라며 요청서를 제출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는 주보 독점 거래 계약을 맺고있다”며 “2024년 5월까지 다른 회사 제품은 유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볼루스는 어떤 회사

에볼루스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주보. [사진 에볼루스 홈페이지 캡쳐]

에볼루스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주보. [사진 에볼루스 홈페이지 캡쳐]

메디톡스 관계사로 편입되는 에볼루스는 보톡스 업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2019년 연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매출 5650만 달러(약 660억원)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5억1700만 달러(약 6000억원) 규모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7.6%를 기록했다. 보톡스 균주만 안정적으로 배양하면 추가로 드는 원재료 비용이 많지 않은 보톡스 사업의 특성 덕분이다. 보톡스의 핵심 원료는 온도·습도 등 일정 환경을 유지하면 스스로 증식하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부산물이다.

에볼루스가 ‘알짜’라는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진과 주주 구성 때문이다. 에볼루스는 전 세계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엘러간 출신들이 2012년 설립했다. 기존 최대 주주인 알페온1은 미국 미용성형학회가 출자·설립한 회사다. 즉, 보톡스 제품을 직접 선택해서 소비자에게 추천할 권한을 가진 성형외과 의사들이 알페온1을 통해 에볼루스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에서 엘러간과 경쟁하기 위해 에볼루스가 선택했던 제품은 대웅제약이 제조하는 보톡스 제품 나보타(미국명 주보)였다. 엘러간의 보톡스 제품과 분자량(900KDa·킬로달트)이 동일한 제품을 2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단일 제품이 에볼루스 매출의 10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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