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주보 개방에 '황포돛배'도 못 띄운다…백제문화제 좌초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주보 개방으로 축제 차질"

금강에 황포돛배를 띄우고 축제를 여는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금강 공주보(洑) 전면 개방으로 금강에 물이 없어서다. 공주시는 “강에 물이 있어야 축제를 열 수 있다”며 “축제 기간만이라도 공주보를 닫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주보 개방이전인 2017년 공주에서 열렸던 백제문화제. 중앙포토

공주보 개방이전인 2017년 공주에서 열렸던 백제문화제. 중앙포토

9일 충남 공주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공산성과 금강 일대에서 백제문화제를 연다. 올해 67회째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전국 3대 문화제로 꼽힌다.

"강에 물이 있어야 황포돛배 띄워" 

공주시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을 중심으로 금강 일대에서 행사를 연다. 금강에 황포돛배 470척을 띄우고 부교(浮橋)도 설치한다. 공산성을 포함해 강 주변은 경관조명으로 꾸민다. 공주시가 확보한 백제문화제 예산은 30억원이다.

공주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우려해 특정 장소에 관광객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연 등 프로그램은 대폭 줄였다. 공주시 관계자는 “황포돛배와 부교, 경관조명은 백제문화제의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공산성 주변을 중심으로 공주 시내 금강에는 물이 거의 없다. 공산성에서 하류 쪽으로 약 3㎞쯤 떨어진 공주보를 완전히 개방한 이후 물이 말랐다. 현재 공산성 인근 금강 수심은 40〜50㎝에 불과하다.

공주시 관계자는 “백제문화제를 치르려면 수심이 1.5m 이상은 돼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는 부교 등 축제 인프라 설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주보가 열린 상태에서 황포돛배를 띄우면 물 흐름이 빨라 안전사고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환경부 장관에게 "수문 닫아달라"요청

2017년 공주 금강에서 열렸던 백제문화제 장면. 중앙포토

2017년 공주 금강에서 열렸던 백제문화제 장면. 중앙포토

공주시는 최근 환경부를 찾아가 백제문화제를 위해 일정 기간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축제 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2~3일 이내에 공주보를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 지역 국회의원인 정진석(국민의힘) 국회부의장도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만나 공주 금강 담수를 요청했다. 정 부의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67회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충청인의 축제 마당으로, 고대 동아시아 문화 강국이었던 백제의 화려했던 문화를 기억하는 역사 재현형 축제”라며 “현재 금강 수위로는 축제 인프라 설치가 어렵고 안전사고마저 우려되는 상황 등을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공주시 등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고 보 개방과 해체 등 정책 일관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내부 검토 중이며,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공주보. 중앙포토

공주보.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13일 공주보와 세종보 등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를 일부 열었다. 이어 2018년 3월 공주보를 전면 개방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8일 금강 세종보·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하고, 공주보는 상부 교량인 공도교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공주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 74.8%가 ‘공주보를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공주시의회도 보 해체 반대 의견을 결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