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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가 못받을 카드였다"…SH사장 3번째 공모까지 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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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지명이 두 번째로 무산되면서 2차공모에 참여했던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다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첫 후보자였던 김현아 전 의원은 다주택 보유 사실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돼 사퇴했고, 두 번째 후보였던 정유승 전 SH공사 본부장과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서울시 자체 검증에서 떨어졌다.

SH사장 원점, 3번째 재공모

오세훈 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 연합뉴스

8일 SH공사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사장 재공모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일 서울시가 임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 2명에게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후보자 재추천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부적격 사유에 대해 “개인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시 안팎에서는 “임추위 추천 후보 2명을 그대로 받는다는 건 시장으로서의 인사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라는 말이 나온다. 임추위가 선정한 최종 후보는 정유승 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과 한창섭 전 단장이다.

“최종 후보 2명, 받을 수 없는 카드였다”

정유승 전 본부장의 경우엔 오 시장으로서 “정책적 방향 자체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전 본부장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인 ‘사회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최근 사회주택 사업을 두고 ‘나랏돈으로 분탕질쳤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만큼 해당 정책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사회주택협회와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 전 본부장을 후보자로 추천한 건 ‘받을 수 없는 카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섭 전 단장의 경우엔 LH 투기 사태를 촉발한 ‘광명ㆍ시흥보금자리주택’ 부지 실무를 맡았던 점이 당초 부적격 사유로 거론됐다. 하지만 한 단장은 직접적으로 투기 의혹과 연관되지 않아 SH사장 후보자 탈락의 핵심 이유는 아니라는 게 서울시 측 입장이다.

다시 떠오르는 김헌동 “아직 생각 없다”

김헌동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 임현동 기자

김헌동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 임현동 기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로 떠오른 건 김헌동 전 본부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 같은 분을 모셔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에 응모를 제안했다”며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면접까지 갔다가 탈락한 김 전 본부장이 임추위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임추위원들이 그대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SH사장 재공모 관련해 아직 연락을 받은 것도 없고 별다른 생각이 없다, 지금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의 반응도 냉랭하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임명 거부를 두고 “본인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SH공사가 당장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도 5개월째 공석상태인 SH사장 자리가 채워지려면 최소 두 달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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