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체포조차 생방송 시대…그날 가세연 100만명 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7:11

업데이트 2021.09.08 17:45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세로연구소'. 뉴스1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세로연구소'. 뉴스1

“네,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셨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대표 김세의씨는 지난 7일 경찰관이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 잠금장치를 강제로 뜯고 진입하자 이렇게 물었다.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과정을 유튜브에 찍어 올렸다.

가세연의 소장으로 불리는 변호사 강용석씨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강씨의 집 문을 연 뒤 강씨 앞에서 체포영장을 확인해주는 모습 등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가세연 측이 이날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만 ‘[긴급속보] 김세의 대표 강제체포현장’ ‘[긴급속보] 강남경찰서 사이버2팀 강용석 소장 강제 체포’ 등 총 7개에 이른다.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사실상 생중계됐다. 가세연 채널에 이날 업로드된 관련 영상의 조회 수를 다 더하면 약 170만 회다.

체포영장 집행 100만 명이 시청 

강용석·김세의·김용호(왼쪽부터)

강용석·김세의·김용호(왼쪽부터)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비밀은 없는 것일까. 은밀성이 강조되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수사기관도 혐의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성추행 의혹 등이 생방송에 가깝게 폭로되고 있다. 피의자 등 사건 당사자가 공론화하기도 하고, 폭로자들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미확인 정보를 쏟아내기도 한다.

‘장자연 사건’의 증인을 자처했다가 후원금 사기 의혹 등이 불거진 배우 윤지오씨는 지난 2019년 캐나다로 출국하는 과정을 ‘셀프 중계’하기도 했다. 윤씨는 당시 인천국제공항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스마트폰을 들고 “왜 오셨어요? 제가 범죄자예요?”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대 변화” vs “얕은수”…선의의 피해 우려  

배우 한예슬(왼쪽)과 한예슬이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수사결과 통지서. 사진 일간스포츠, 한예슬 인스타그램

배우 한예슬(왼쪽)과 한예슬이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수사결과 통지서. 사진 일간스포츠, 한예슬 인스타그램

경찰 등 수사 관계자들도 유튜브나 SNS 등장에 따른 이 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경찰에서 만 30년 근무한 한 경찰관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간 중계가 정당한 공익 목적인지, 단순히 체포를 회피하려고 하는 것인지, 피해를 부각하려고 하는 건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가세연) 건은 수가 얕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수사 과정 등이 인터넷을 통해 노출되는 것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는 기밀이 원칙이다.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생할까 봐 우려스럽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것이 공개되는 시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수사관 이름 등은 지켜주는 게 과제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배우 한예슬씨도 명예훼손으로 악플러를 고소한 건으로 수사결과 통지서를 공개했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수사관 등 특정인은 거론되지 않게 보호해줘야 한다”고 했다.

유튜브로 투명하게 공개 vs 왜곡 우려

이상호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언론이 이슈를 주도하고 유튜브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언론이 받아쓰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기사화가 바로 되지 않아도 일반 대중이 눈으로 다 확인할 수 있고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며 “법을 집행하는 쪽보다 집행당하는 입장에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채증하는 방어 수단이 유튜브나 SNS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튜브가 특정 사실을 더 왜곡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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