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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입 말라"는 文… '성과 홍보' 빼곤 "無일정 無입장"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일정과 관련 “예정된 공개일정은 없다”는 공지를 냈다. 이 날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최근 공식 공개일정이 대폭 줄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달 문 대통령의 공식일정은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와 국무회의 주재 등 정해진 통상적 일정 외에는 ‘현안 보고’, ‘업무 보고’ 등 청와대 참모들과의 비공개 회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두차례 해외 정상(카자흐스탄ㆍ볼리비아)의 국빈 방한 일정, 광복절 일정을 제외하면 지난달 문 대통령이 공개 행사 참석을 통해 정치 메시지를 발신한 횟수는 손에 꼽힌다.

문 대통령의 공식일정은 ‘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12일), ‘K+벤처 : 제2벤처붐 성과와 미래 보고대회’(26일) 등 3개가 사실상 전부였다. 이외에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진행됐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관련 일정이 3차례 연속해서 진행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8월 공식 일정.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홍보하는 3건의 행사(붉은색 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특별한 일정이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8월 공식 일정.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홍보하는 3건의 행사(붉은색 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특별한 일정이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들 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홍보하는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이중 5일 백신 보고대회에는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 백신 3상 돌입 시점에 맞춰 진행됐고,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백신 허브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문재인 케어’ 관련 행사에선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을 언급하며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 했고, 26일 벤처 관련 행사에선 “제1벤처붐과 다른 ‘준비된 벤처붐’으로 우리 벤처기업들은 더 높이 도약했다”며 김대중 정부 때의 업적으로 꼽히는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고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고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정책적 성과를 강조하는 형식의 연이은 ‘보고대회’들은 대부분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K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임기말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 실천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엄정중립을 강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러한 일정들이 부각된 경향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참모회의에서 “(여야의)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니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하는 등 최근 들어 정치와 거리를 두라는 지시를 반복해왔다.

최근 들어 공식 일정을 대폭 줄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자체에 분양한다는 내용과 함께 풍산개들과 함께한 사진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공식 일정을 대폭 줄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자체에 분양한다는 내용과 함께 풍산개들과 함께한 사진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면서 각종 핵심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논란을 비롯해 대통령 사위와 관련한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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