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좌시 않겠다"…규제 강화에 네이버·카카오 주가 급락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1:39

업데이트 2021.09.12 18:0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인터넷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규제 강화 의지를 밝히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카카오 로고. 중앙 포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인터넷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규제 강화 의지를 밝히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카카오 로고. 중앙 포토

소비자 편익을 높인 혁신의 아이콘과 독과점·불공정 거래의 대명사. 국내 빅테크의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극과 극의 평가 속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를 겨냥한 여당 등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두 회사를 흔들었다. 이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건 주가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 네이버와 5위 카카오 주가는 8일 자유 낙하했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10.06% 하락한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카카오의 주가가 14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6월 11일(13만5500원) 이후 90일 만이다. 네이버도 전날보다 7.97% 떨어진 40만9500원을 장을 마감하며 지난 7월 6일(40만9500원) 이후 두 달 만에 40만원 선으로 내려왔다.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 건 두 회사의 사업에 제동을 거는 각종 규제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와 연금, 보험 등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어려워진다.

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은 송금이나 결제 등을 통해 이용자를 모은 뒤 대출과 투자, 보험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OOO의 추천 인기 보험’이나 ‘OO을 위한 신용카드’ 같은 문구 등을 노출해 금융플랫폼을 통해 체결된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영업 구조다.

그런데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금소법 계도 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 등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으면 금융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소법 등으로 인해 페이의 미래 핵심 경쟁력인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판매와 중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다소 과도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와 연금 등 다른 금융사의 투자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서비스와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 캐릭터. 중앙포토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와 연금 등 다른 금융사의 투자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서비스와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 캐릭터. 중앙포토

금소법만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여당의 곱지 않은 시선은 더욱 우려스럽다. 특히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며 불공정 거래와 시장 독점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를 겨냥한 규제는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법인을 포함한 카카오 계열사는 총 158개로 인터넷 은행과 택시 호출, 주차·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 대상 유로 요금제를 도입하고 호출 요금을 인상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 금지 행위를 통한 사후 규제 모두 필요하다"며 "카카오T에 대한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 내에서는 카카오를 직접 겨냥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론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송갑석·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란 명칭으로 연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한 사업확장의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유튜브 캡처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유튜브 캡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토론회에서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서면 축사에서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 내 을지로 위원회에서도 플랫폼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 여러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플랫폼 기업과 아름다운 공존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플랫폼 기업이 성장한 이유는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사업 영역이 너무 늘었으니 규제하겠다는 건 국내에서 플랫폼 기업 하지 말라는 소리인 만큼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구성원과 신뢰 관계를 지키며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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