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명·낙대전은 없었다. 7일 대구·경북(TK) 방송3사 주최로 대구 T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공세성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네거티브 선거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저도, 캠프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충청권 경선 참패 소회를 밝힌 상태였다.
1위 주자를 향한 검증 공세에 대신 앞장을 선 건 박용진 의원이었다.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공약대로라면 기본소득은 2023년부터 3년간 연 20조원, 이후엔 연 60조원이 든다. 재원 대책을 분명히 설명하라”며 이 지사를 몰아세웠다. 이 지사는 “20조원은 일반회계 630조원의 3%에 불과하다. (2026년 이후) 연 30조원이 넘는 추가 재원은 탄소세·국토보유세 부과, 기존 세금 감면액 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조세감면·일반회계 2가지로 시작했다가 국토보유세·탄소세까지 갔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이 지사는 “탄소세 부과 재원만 해도 30조원이 넘을 수 있다. 국토보유세도 0.5%를 부과하면 30조원이 넘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탄소세를 부과해 다 나눠주자는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이 될지 의문”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이 지사는 “다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일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쓰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다른 후보들과 공방전을 벌이던 이 지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이 지사의 주도권 토론에서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송전망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 지사)→“좋은 제안이다”(추 전 장관),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에 동의하느냐”(이 지사)→“필요하다고 생각한다”(추 전 장관) 식의 문답이 이어졌다.
이 지사는 “TK(대구·경북)가 그 동안 보수정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는데 그 결과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차별과 소외·배제”라며 본선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도 내놨다. 또 자신의 고향이 경북 안동임을 강조하며 “TK는 저를 낳고 길러주신 곳. 제가 묻힐 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TK와 얽힌 추억의 사진을 공개하는 순서에서도 안동 삼계초등학교 시절 단체 사진을 공개하며 “제 인생 첫 사진”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추 전 장관으로부터 집중 타격을 받았다. 추 전 장관은 “(추·윤 갈등 당시) 저와 윤석열 전 총장의 동반 사퇴를 청와대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진실이 뭐냐” “총리 시절 설치한 국민안전안심위원회에 탈원전 반대파를 기용한 이유가 뭐냐”며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검찰 비판 발언을 많이 했다” “안전위원회는 원전보다 자연재해 등에 대해 얘기하는 곳이었다”며 방어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토론 주도권을 쥐었을 때는 공격 대신 총리 시절의 실적을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제가 총리 때 백두대간 수목원을 만들었다. 총리로 있을 때 낙동강 물관리의 기본이 되는 MOU를 체결했다”는 메시지를 냈다. TK 관련 사진 역시 포항지진 때 이재민 주거단지를 찾은 모습을 공개했다. 다만 후보별로 5분 30초가 주어지는 '정책토론'에선 이 전 대표를 향한 질문이 끊겨 47초를 남기고 순서가 다른 후보에게 넘어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와 군 가혹행위를 언급하며 “제가 부대를 여러 번 가봤는데 장병들이 월급을 저금하고, 책도 보고 대체로 (분위기가)밝아졌다. 굉장히 좋은데 어디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