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군대보냈던 40세 대통령, 비판에 “집청소 중이야 상관마”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15:29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코로나19 봉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코로나19 봉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개혁가인가, 독재자인가. 캡 모자를 거꾸로 쓰고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즐기는 엘살바도르의 ‘힙스터’이자 위법성 논란에도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철권통치를 이어가는 나이브 부켈레(40) 대통령 얘기다. 그를 두고 언론에선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밀레니얼 독재자”(이코노미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그에게 연임의 길이 열렸다.

엘살바도르 대법원은 지난 3일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CNN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여당인 국민통합대연맹(GANA)이 장악한 의회가 새로 임명한 대법원 헌법재판부 판사들의 결정이다. 엘살바도르 헌법에서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제로, 연임은 불가하다. 이번 판결로 부켈레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트위터 팔로워 280만…최연소 힙스터 대통령

2019년 2월 대선 후보 시절 나이브 부켈레가 기자회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2월 대선 후보 시절 나이브 부켈레가 기자회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야당과 국제사회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부켈레 대통령이 한때 몸담았던 야당 민족해방전선(FMLN)의 오스카르 오르티스 전 부통령은 트위터에 “독재는 끝난다”고 썼고, 장 마네스 전 엘살바도르 미국 대사는 “헌법에 분명히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 충성하는 헌법집행부 판사들로 교체한 결과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는 민주주의의 쇠퇴”라며 “(이번 판결로) 미국과 엘살바도르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부켈레 대통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38세 최연소 대통령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첫 제3정당 출신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까지만 해도 좌파 성향의 FMLN 소속이었지만, 당 분열을 주도한다는 혐의로 출당 조치되자 2019년 중도 우파 성향의 GANA로 옮겨가 대선에 출마했다. 선거 기간 내내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유세하고,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으며 인기를 얻었다. 소셜미디어(SNS) 활용에도 능하다. 2019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자로 오른 연단에서도 셀카를 찍어 SNS에 게시했다. 현재 기준 트위터 팔로워 수만 280만명에 달한다.

논란에도 국내 지지율 90%…“우리 집 청소 중”

지난해 2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의회에 진입한 특수부대 대원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의회에 진입한 특수부대 대원들. AP=연합뉴스

성공한 사업가 아버지를 둔 덕인지 18세부터 사업에 뛰어들었고 31세이던 2012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작은 도시인 누에보쿠스카틀란 시장에, 2015년엔 수도인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했다. 시장 재직 시절엔 도서관과 공원 등을 건립하고 청소년 교육과 복지를 강화하며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펼쳤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2월 갱단 척결을 위한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며 무장 군인을 의회에 보내는가 하면, 코로나19 이동금지령을 위반한 2000여명을 체포해, 한 달간 감금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미국 주도의 반부패협약에서도 탈퇴했다.

엘살바도르의 한 옷가게에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진열돼있다. AP=연합뉴스

엘살바도르의 한 옷가게에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진열돼있다. AP=연합뉴스

엘살바도르는 내전이 종식된 후에도 30여년간 부패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4명 중 3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거나 추방됐다. 특히 양대 폭력조직인 마라 살바투르차(MS)-13과 바리오-18 간 세력 다툼으로 한때 살인율이 세계 1위였을 만큼 치안도 불안하다. 이 때문인지 부정부패와 갱단 척결을 앞세운 부켈레 대통령은 각종 논란과 우려에도 국내 지지율은 지난해 기준 90%가 넘을 만큼 탄탄하다. 2019년 대선 당시 제3정당(10석)이었던 GANA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압승, 84석 중 61석을 차지하면서 거대 여당이 됐다.

그는 지난 5월 그를 비판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우리는 우리 집을 청소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여러분이 상관할 바는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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