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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과 따로가는 勞 폭주…“전쟁” 선포해도 靑 미지근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갈등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고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지난 2일 양 위원장을 구속하자 이를 “문재인 정권의 전쟁선포”로 규정하고 “강력한 총파업으로 대응하며 되갚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전 위원장에 이어 현 정부에서만 두 명의 위원장이 구속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노동계와 갈등으로 국정 동력 약화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노·정 관계는 정부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국정운영의 주요 이슈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 노총을 찾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노동계와 손을 잡고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위법행위에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노동계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철도노조 파업을 강제 진압하면서  노·정 간 대화 창구는 닫혔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를 잃게 되면서 국정 동력이 약해졌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때) 노·정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면이 있었다. … 결과적으로 노동 분야는 참여정부의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1월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1월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노무현 정부 때 노·정 갈등의 결과를 본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019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촛불 청구서’에 대한 결재”라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노동계 달래기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양 위원장 구속 당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계와 정부) 양자 간에 활발하게 협상을 해서 원만한 해결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정부, 청와대 모두 노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조 활동 삶에 도움 안 돼" 62.6%

청와대와 여당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엔 민주노총을 향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노동조합(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활동이 귀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62.6%를 차지했다. ‘도움이 된다’는 37.4%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양경수 위원장 강제구인에 항의하며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양경수 위원장 강제구인에 항의하며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만류하는데도 주최 측 추산 8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어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양 위원장이 구속된 이유도 당시 집회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데, 정부의 만류에도 집회를 연 민주노총에만 느슨하게 법 집행을 하면 국민이 용인하겠냐”면서 “구속영장 발부 때 바로 구속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민주노총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0일 “강력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정부에 타격을 줄 만큼의 규모는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총파업 또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보건의료노조의 협상 타결 등으로 파업을 예고했던 일부 노조의 총파업 전선 이탈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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