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갈등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고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지난 2일 양 위원장을 구속하자 이를 “문재인 정권의 전쟁선포”로 규정하고 “강력한 총파업으로 대응하며 되갚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전 위원장에 이어 현 정부에서만 두 명의 위원장이 구속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노동계와 갈등으로 국정 동력 약화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노·정 관계는 정부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국정운영의 주요 이슈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 노총을 찾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노동계와 손을 잡고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위법행위에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노동계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철도노조 파업을 강제 진압하면서 노·정 간 대화 창구는 닫혔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를 잃게 되면서 국정 동력이 약해졌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때) 노·정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면이 있었다. … 결과적으로 노동 분야는 참여정부의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 때 노·정 갈등의 결과를 본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019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촛불 청구서’에 대한 결재”라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노동계 달래기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양 위원장 구속 당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계와 정부) 양자 간에 활발하게 협상을 해서 원만한 해결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정부, 청와대 모두 노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조 활동 삶에 도움 안 돼" 62.6%
청와대와 여당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엔 민주노총을 향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노동조합(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활동이 귀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62.6%를 차지했다. ‘도움이 된다’는 37.4%였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만류하는데도 주최 측 추산 8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어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양 위원장이 구속된 이유도 당시 집회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데, 정부의 만류에도 집회를 연 민주노총에만 느슨하게 법 집행을 하면 국민이 용인하겠냐”면서 “구속영장 발부 때 바로 구속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민주노총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0일 “강력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정부에 타격을 줄 만큼의 규모는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총파업 또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보건의료노조의 협상 타결 등으로 파업을 예고했던 일부 노조의 총파업 전선 이탈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