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 288g 초미숙아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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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체중 288g으로 태어난 건우 4일째. [사진 서울아산병원]

체중 288g으로 태어난 건우 4일째. [사진 서울아산병원]

체중 288g, 키 23.5cm. 어른 한 손바닥 위에 올라올만큼 작은 아기가 지난 4월 4일 서울아산병원 6층 분만실에서 태어났다. 임신 24주 6일만에 태어난 이 아기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보통 신생아 10분의 1밖에 안 될만큼 작고 여려 출생 당시 생존 확률은 1%에 불과했다. 그런 아기가 치료를 마치고 153일만에 건강하게 퇴원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6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생후 5개월) 아기가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지난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200g대로 태어난 건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400g 이하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초미숙아의 생존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미국 아이오와대가 운영하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86명의 초미숙아가 등록돼 있다. 건우는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작은 생존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지난 8월 31일 수유를 하고 있는 건우 엄마 이서은 씨와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지난 8월 31일 수유를 하고 있는 건우 엄마 이서은 씨와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건우는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아기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던 건우의 부모는 임신 17주차 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 증상이 심해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건우의 부모는 아이를 살릴 방법을 찾아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한달음에 달렸다. 이 병원 산부인과 정진훈 교수는 아이를 꼭 살리고 싶다는 건우 엄마의 간절한 말에 태아의 크기가 원래 임신 주수보다 5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지만 태아가 버텨주는 한 주수를 최대한 늘려보기로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건우 엄마는 지난 4월 1일 고위험산모 집중관찰실로 입원한 후 태아 폐 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와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황산마그네슘을 투여 받았다. 태아 상태를 24시간 면밀히 관찰하던 도중 심박동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의료진은 태아가 위험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사흘 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작디 작은 건우는 이렇게 첫 숨을 내쉬게 됐다.

예정일보다 15주 정도 앞서 세상에 나온 건우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심장 박동도 불안정했다.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작은 손발을 꿈틀거리는 아기에게 의료진은 어서 건강하고 팔팔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생 당시 체중인 288g을 거꾸로 해서 ‘팔팔이(882)’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건우 엄마·아빠는 건우에게 모유를 전달하기 위해 다섯 달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 이상, 10시간 거리를 오갔다.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차안에서 유축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건우는 생후 80일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체중도 1kg을 돌파했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생후 5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체중이 2kg을 넘어섰다.

건우 엄마 이서은(38)씨는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앞으로는 가장 건강하고 마음까지도 큰 아이로 잘 키우겠다”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건우 주치의 김애란 교수는 “건우는 의료진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아이였지만,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런 건우가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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